민주당 압도적 과반… 불통 정권 심판했다
93.36% 개표가 이뤄진 11일 오전 3시 58분 현재 민주당은 전체 254개 지역구 중 161곳에서 1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은 각각 비례 14석과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간 기준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는 비례 의석을 합치면 범야권 의석은 187석으로 예상된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183석보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90곳에서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돼 비례를 합쳐 109곳에서 이기고 있다. 21대 총선 때는 비례를 포함해 103석이었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22대 총선 투표율은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
민주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 10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9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는 민주당이 1곳, 국민의힘이 17곳에서 앞서고 있다. 조국혁신당을 제외한 제3지대도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개혁신당은 지역구의 경우 이준석 후보(경기 화성을)가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례대표에서도 2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미래는 김종민 후보(세종갑)의 당선이 확정됐으나 비례대표는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 의석 모두 확보에 실패해 원외 정당으로 밀려나게 됐다.
범야권의 압승으로 22대 국회에서도 개원 직후부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미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국정조사 및 특검(특별검사)법 추진 가능성 등을 열어둔 상태다. 조국혁신당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주당과 힘을 합쳐 ‘한동훈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책 및 입법 주도권도 거야(巨野)가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떤 입장을 전하기조차도 어렵다”며 “최종 의석수가 정해진 뒤에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여권은 취임 이후 이어진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 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이반했다는 것이다.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데도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야권의 정권심판론 바람을 막지 못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당과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던 선거”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기조 전환과 쇄신을 위해 개각과 인적 개편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구상할 수밖에 없다. 여권에서는 선거 패배에 따른 대통령실장과 수석급 참모들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후 쇄신 차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방안도 나오지만 범야권 손에 달린 임명동의안 통과의 벽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핵폭탄을 맞았다.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실상의 식물 정부가 됐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놓고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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