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는 미쳤는데…수비력이 못 미쳐
두산의 주전 2루수 강승호(30)는 시즌 초반 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다. 그는 15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0.361, 5홈런, 12타점 OPS 1.129로 두산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에선 그야말로 ‘미친 타격감’을 뽐내고 있지만, 수비에선 좋지 않은 의미로 존재감이 크다. 강승호는 벌써 실책 8개를 저지르며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그다음인 KIA 김선빈(5개)보다 3개나 더 많다. 지난해 127경기에서 범한 총 실책 개수(16개)의 절반을 올 시즌 초반 15경기에서 기록했다.
강승호는 지난 9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뼈아픈 실책을 저질렀다. 그는 0-0 동점이던 3회초 선두 타자 최인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고, 2회까지 잘 던지던 선발 김동주는 강승호의 실책 이후 흔들리며 3실점 하고 말았다. 2-3으로 뒤진 7회말 김재환의 역전 스리런포 덕분에 경기는 5-3으로 이겼지만, 아쉬운 실책을 범했던 강승호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안정감이 필요한 내야수가 연이은 실책으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 그러나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강승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 감독은 1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강승호를 못 믿으면 믿을 선수가 없다”며 “6번 타순이지만, 현재 타선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 감독은 “수비까지 잘해주면 공격, 수비, 주루가 다 되는 선수라 너무 좋다”면서도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한다. (강)승호 정도의 선수는 포지션 이동을 하거나 라인업에서 빼기보다 자신감을 더 심어주는 게 타격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라인업에 변화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강승호는 10일 한화전에서도 이승엽 감독의 믿음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2루수로서 이날 실책 없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고 8회 수비부터 박계범으로 교체됐다. 7회말 추가 득점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날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여전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잠실|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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