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토신, 신탁업계 불황에 동부·HJ 실적난까지…'동전주' 몰락 임박
9일 1021원 장 마감…8일에는 1015원까지 떨어져
[더팩트|윤정원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부동산 신탁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탁업계 자산 1위에 이름을 올리는 한국토지신탁 역시 위기인 건 마찬가지다. 더욱이 한국토지신탁은 동부건설과 HJ중공업의 지배기업으로서 짊어진 짐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토지신탁의 주가는 1000원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 한토신, 13년 만에 적자전환…HJ중공업‧동부건설 부진 영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매출액 2700억8600만원, 영업이익 312억3537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6.8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1.44%나 쪼그라들었다. 1년 사이 영업비용이 1595억2400만원에서 2388억5100만원으로 49.73% 치솟은 점이 영업이익 폭락을 이끌었다.
더 큰 문제는 당기순이익이다. 지난해 한토신은 76억6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1399억9500만원에서 2022년 243억25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토신이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순이익이 추락한 것은 사모펀드의 지분법 평가손실 때문이다. 에코프라임마린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와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에서만 각각 325억4100만원, 59억63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토신은 HJ중공업과 관련된 에코프라임마린 지분 90.33%, 동부건설과 연관된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지분 87.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토신이 실상 최대주주로 있는 HJ중공업과 동부건설은 업황 난항 속에 실적난을 이어가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1087억8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HJ중공업의 조선부문은 △2019년 182억원 △2020년 394억원 △2021년 583억원 △2022년 541억원 △2023년 1300억원 등 꾸준히 영업손실 폭을 키우고 있다.
HJ중공업의 재무건전성도 더욱 나빠지고 있다.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매각 첫해인 2021년에도 452.1%에 이르렀는데, 2022년 567.0%, 2023년 747.9% 등으로 지속해 치솟고 있다.
극심한 건설 경기 침체 속에 동부건설의 실적 하락세도 만만찮다. 동부건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89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줄었다. 순이익은 45억원으로 88.4%나 쪼그라들었다.
◆ 낮아진 신용등급…정부 정책 기조도 걸림돌
신용평가기관이 내놓은 한토신의 평가치도 낮아졌다. 지난 2월 한국신용평가는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주가 급감한 데다, 부실 자산 규모가 부동산 신탁사 14곳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장기간 영업수익 및 신탁보수 기준 1위의 시장지위를 유지하였으나 경쟁심화, 수주 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지방 부동산 분양 경기 저하 등 비우호적인 현황에 비춰볼 때 실적 및 시장지배력 저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최근 책임준공형 시장의 급격한 확대로 양적 부담이 매우 높다"면서 "차입형 대비 저조한 분양 성과로 신탁계정대가 증가 추세라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주단과 소송 부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정책 기조가 신탁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점도 한토신에는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통상 13~15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을 10년 이내에 마칠 수 있도록 인·허가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등 '패스트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패스트트랙이 구축되면 정비사업 단계 간소화와 전문성에 매력을 느껴 사업비의 3~4% 수수료를 내고 신탁사를 끼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추진되면 신탁 방식보다 조합 방식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신탁사 계약 해지 조건이 완화된 점도 신탁사에는 악재로 꼽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10월 확정된 신탁 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와 시행규정에 따르면 신탁 계약을 체결한 주민 모두가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약 이후 2년 안에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주민 75% 이상이 찬성하면 신탁 계약을 일괄 해지할 수 있다.
◆ 주가 하락세 지속…'동전주' 추락 우려도
실적 부침을 겪는 가운데 한토신의 주가는 고꾸라지고 있다. 10여년 전인 지난 2014년 7월 3일 4480원 수준에서 거래됐던 한토신의 주가는 현재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불과 최근 1년 새 주가는 1400원대에서 3분의 1가량 빠지며 1000원대로 내려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한토신은 102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8일에는 장중 1015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1000원 미만의 주식을 일컫는 '동전주'로의 몰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시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배당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한토신의 보통주 주당 현금배당금은 70원으로, △2021년 100원 △2022년 90원보다는 규모가 작아진 상태다.
한토신 측은 "당사의 연간 주당 배당금은 내부 경영현황 및 대외환경, 배당수익 등을 감안하여 매년 확정할 것이며, 지속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및 환원 차원의 기조를 유지하여 배당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주가 부양을 등한시한 한토신 경영진들이 거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데 대한 불만도 인다. 지난해 차정훈 한토신 회장의 경우 보수로 22억7300만원을 챙겼다. 급여가 12억원, 상여가 10억7100만원, 기타근로소득이 200만원 수준이다. 최윤성 부회장은 11억5400만원(급여 6억원‧상여 5억3500만원‧기타근로소득 1900만원)을 수령했다.
한토신 측은 "(보수는) 이사의 보수지급기준 및 성과평가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로 구성된 성과평가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지표에 대해 평가대상년도의 경영성과를 측정하여 평가한다. (상여 관련한) 차 회장의 단기성과 점수는 55점 중 34.36점, 장기성과 점수는 45점 중 39.99점으로 총 74.35점"이라며 "성과급은 기본연봉의 120% 값에 74.35%의 성과급지급률을 곱하여 10억7100만원으로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토신은 지분 투자기업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한토신 측은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한토신은 지난해 우수한 분양률 기록 및 신탁방식 정비사업에서의 수주달성 등의 성과를 기록한 만큼, 향후 재무구조 및 수익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언급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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