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구도’ 강화 전략 먹혀… 용산발 리스크도 한몫 [선택 4·10]

김승환 2024. 4. 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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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독 과반’ 승리 요인
이태원·김 여사 의혹 등 실정 부각 주효
이종섭 논란에 尹 대파발언 민심에 기름
김준혁 등 후보 논란 대세 영향 못 미쳐
내홍 수습 김부겸·이해찬·임종석 ‘원팀’
조국당 선전도 야권 표 결집 긍정효과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현황(11일 0시30분 기준)과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정권심판 선거 구도를 강화하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국민의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밤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에서 당초 내부적으로 예측했던 것보다 좀 더 많은 의석을 주신 것 같다”며 “실제 선거 현장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정권심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매우 강하게 있었다”고 평했다. 당내에서는 애초 21대 선거 당시 의석수인 180석 안팎을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 스티커 붙이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한 4·10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을 일찌감치 확정한 후보 이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실제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권심판 투표를 호소하는 데 공들였다. 이날 오전만 해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주권인 투표는 민심을 외면한 윤석열 정권에 경고를 보내며, 파탄 난 민생과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에 경종을 울려 달라”고 했다. 강민석 대변인도 “투표해야 변한다.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폭정을 심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투표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또한 전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진행한 마지막 유세에서 “(윤석열정부) 2년의 국정에 대해 명확하게 평가하고 주인으로서 계속 권력을 맡길 것인지, 벌을 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가 받아들게 될 그 투표용지는 바로 옐로카드, 경고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전부터 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건·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주가조작 의혹 등을 ‘이·채·양·명·주 5대 실정’이라 규정하고 정권심판을 부각해 왔다. 이는 실제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말부터 정부견제 여론이 꾸준히 50% 안팎에 육박한 걸 고려한 전략이었다.

이런 와중에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용산발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민주당의 정권심판 구호는 더욱 힘을 받았다. 당장 지난달 초 채 상병 사건 수사로 출국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논란은 여론이 악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도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
고물가로 어려워진 가계 경제도 선거 직전 정권심판 구도를 굳히는 요인이 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발언 논란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국민의힘 이수정(경기 수원정) 후보의 ‘대파 한 뿌리 가격’ 발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파 금지령’ 등 논란이 여기에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본투표일까지 ‘대파’ 논란이 이어졌다. 선거 막판 민주당 내에서 김준혁(경기 수원정)·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 리스크 등 악재가 터져 나왔지만 견고한 정권심판 구도 때문에 그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조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정권심판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강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 국면에서) 민생 경제에 대한 분노가 꽤 컸다. 대파가 여기에 불을 질렀다”고 평했다.

민주당은 올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천 파동에 쓴소리를 내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해 이 대표·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3톱 체제’를 꾸리면서 중도·PK(부산·울산·경남) 지역 공략에 발판을 놓은 게 선거 승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준비하다 컷오프(공천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또한 한때 탈당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당 잔류를 택한 뒤 PK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윤석열정권 조기 종식’을 전면에 내건 비례정당 조국혁신당의 선전 또한 민주당 승리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더불어몰빵’ 등으로 비례 의석을 놓고 얼마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조국혁신당이 야권 지지층을 대거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면서 접전 지역구에서의 민주당 후보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승환·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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