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국정운영 쇄신하고 野는 책임감 가져야 [사설]
野 입법폭주 멈추고 여당에 협치 손길 내밀어야
10일 실시된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3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투표율을 통해 국민들이 '정권 심판론'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11일 오전 2시30분 현재 개표가 92% 정도 완료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합쳐 171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당(友黨)이라고 할 수 있는 조국혁신당 의석을 보태면 183석에 달한다.범야권이 최종 180석을 넘기면 모든 법안에 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입법권을 독주할 수 있고, 200석을 넘으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거나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다. 야권이 무소불위 권력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4년 전 총선에 이어 다시 참패하고 소수 여당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당시에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민주당 정권에 표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으나, 이번엔 다르다. 집권당 초유의 참패다. 결국 지난 2년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유권자들이 낙제점을 준 것이다.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민심의 명령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방적·독단적 국정 운영으로 비판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에서 쫓겨난 이후 대통령실과 당은 수직적 상하 관계가 됐다. 이른바 '친윤계'가 당의 요직을 장악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중시했다. 이번 총선을 코앞에 두고 해병대 장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에 임명한 것도 의혹을 샀다. 피의자를 핵심 요직에 임명할 경우 예상되는 민심의 반발을 간과했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파우치를 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몰래카메라를 숨기고 들어와 선물을 건넨 이의 '공작'이라고 반박하고 오히려 피해를 봤다고 해명했다. 국민들은 당초 윤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공정과 상식, 법 앞의 평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망했고, 이런 여론이 야당의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의료개혁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정교함이 떨어졌다. 전공의 파업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 조치가 부족했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국민 사이에서 생겨난 것이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정 운영 방식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 여당과는 수평적 관계를 맺고 쓴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낼 수 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도 성취할 수 있다. 한·미·일 동맹을 복원하고 안보를 공고히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살려낸 건 그의 성과다. 야당이 뭐라고 반대하든 그 가치에 대한 헌신은 계속해야 한다. 치솟는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징벌적 세금 부담을 줄여준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과제도 남아 있다. 취임과 동시에 약속한 연금·노동 개혁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연금을 개혁해 연금 고갈을 막아야 하고, 경직된 주52시간제와 호봉제를 타파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야당의 고질병인 퍼주기 선심성 정책도 견제해야 한다. 이런 사명에 끝까지 헌신한다면 그의 족적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민주당은 스스로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 덕을 봤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승리한 뒤 입법 독주를 하다 역풍을 맞은 것처럼 대통령과 정부를 압박하기만 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민심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집권 여당을 견제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야당 폭주 허용'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은 선거운동 기간 주장한 이른바 '한동훈·김건희·윤석열 특검법'을 통해 국회를 정쟁으로 몰아넣어선 안된다. 조국 대표의 '억울함'은 법정에서 호소할 일이다. 조국당이 사법의 정치화를 추구하고 민주당이 이에 동조한다면 22대 국회는 정쟁으로 허송세월한 21대 국회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이 책임감을 갖고 여당에 협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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