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시즌2’… 尹정부 국정 운영 ‘가시밭길’ 예고 [선택 4·10]

이현미 2024. 4. 10. 23: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총선 이후 정국 전망
‘용산 리스크’ 참패 결정적 원인 지목
與, 尹과 거리두기… 탈당 요구 가능성
이재명당 공고화… 강성 조국당 가세
尹정책 줄줄이 좌초·특검 정국 우려
“尹, 오만·독선·불통 사과… 野와 협치”
의료개혁 등 불발 땐 레임덕 가속화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심판론’이 확인된 4·10 총선 결과로 인해 국정운영의 거센 변화 요구를 맞게 됐다. ‘이재명 색채’가 더 강해진 더불어민주당과 강성 야권 성향의 조국혁신당을 주축으로 야당이 더 거대해진 반면 여당의 이탈이 불가피해진 만큼 윤 대통령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심 깊은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기표를 한 뒤 기표소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여당 장악력 하락, 이탈 불가피

지금까지는 당정 관계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며 여당에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용산 리스크’가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앞으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거리두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2대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경우 3년 뒤인 2027년 대선 이후에 2028년 총선을 치르는 만큼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차기 대권 주자를 찾아 움직이는 여권 내 흐름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당의 차기 잠룡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 축출,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 김기현 전 대표 자진 사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를 둘러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등 당내 이견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며 여당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는 당정 갈등 발생 시 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만날 수밖에 없을 것”

대야 관계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별도의 단독 만남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민심이 야권을 선택한 만큼 더 이상 이 대표를 만나지 않고선 국정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입법부 내의 균형이 완전히 깨지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대야 관계를 경직된 형태로 끌고 갈 경우 야권에서 대통령의 법률 위반을 주장할 만한 사건을 기다리며 적절한 타이밍에 탄핵이나 하야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2대 국회는 이 대표 체제가 강화된 거대 민주당과 강성 야권 성향 조국혁신당의 입성으로 더욱더 강력한 여소야대 국회로 탄생했다.

민주당에선 당장 새 국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특검법은 지난해 야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새 국회에선 김 여사를 향한 야권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제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에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료 조직에 대한 장악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관료들도 야당의 눈치를 더 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관료들도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심장전문병원인 부천세종병원을 방문, 중환자실을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尹의 선택은

정치권에선 선거 참패를 부른 윤 대통령의 실책으로 ‘오만·독선·불통 이미지’를 가장 먼저 꼽는다. 앞으로 남은 3년 국정을 이끌어 갈 동력 확보도 이러한 태도 변화에 해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인 11일 공식 일정 없이 숙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10일 저녁 이 같은 일정을 공개하고 11일 국무회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다고 밝혔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한 뒤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이재명 대표도 만나야 한다”며 “검사의 눈으로 볼 때는 (이 대표가) 범법자일지 몰라도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제는 여론에 즉각 반응하며 국민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야권이 힘이 세도 대통령이 여론에 맞춰 움직이면 야권이 마냥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인적 개편과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법상 보장되는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거부권), 긴급재정경제명령 등 고유 권한을 총동원하며 일부 개혁 과제에 대한 의지를 관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의료개혁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선 국민을 위해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