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주민 태운 배 표류 아찔 …"왜 1·2번 없냐" 비례투표지 찢기도

서대현 기자(sdh@mk.co.kr),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4. 4. 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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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일 이모저모
통영 선박 고립되자 해경 구조
인천선 투표함 바꿔치기 소란
서귀포 '봉인지 뗀 흔적' 언쟁
51.7㎝ 비례대표 투표지 혼선
"당명 헷갈려 제대로 못 찍어"
차편 제공한 마을 이장 신고
동명이인 '신분 도용' 소동도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 이모저모 ◆

바다 위에서 발 묶일 뻔 10일 오전 9시 55분께 경남 통영시 오곡도 인근 해상에서 오곡도 지역 유권자 6명을 비롯해 선장과 기관장 등 총 8명이 탄 29t 유람선 A호가 갑자기 멈췄다. 해경이 사고 선박을 예인하고 있다. 통영 해경

대한민국 일꾼을 뽑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전국 254개 선거구, 1만4259개 투표소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투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되는 등 크고 작은 소란도 잇따랐다.

경남 통영에서는 유권자들이 탄 배가 표류해 하마터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할 뻔했다. 이날 오전 9시 55분께 통영시 오곡도 인근 해상에서 오곡도 지역 유권자 6명을 비롯해 선장과 기관장 등 8명이 탄 29t 유람선 A호가 갑자기 멈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사고 발생 20분 만인 오전 10시 15분께 A호를 예인해 목적지인 학림도로 안전하게 이송했다. 유권자 6명은 모두 안전하게 투표소로 이동해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지 속 섬마을'로 불리는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1리 주민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배와 차를 타고 투표소인 풍산초등학교로 나와 투표했다. 주민 13명 중 대부분은 사전투표를 했고, 이날은 이우석(83)·박순이 씨(80) 부부와 박동석 씨(77) 등 3명이 투표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도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한 주민은 "일이 많을 때지만 투표는 꼭 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총길이 51.7㎝로 이례적으로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 때문에 혼선을 빚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강원 춘천시 전주희 씨(42)는 "당명도 헷갈리는데 당도 너무 많아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제대로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례정당이 난립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는 등 소란도 발생했다. 국회의원 14명을 뽑는 인천에서는 70대 B씨가 투표함 바꿔치기가 의심된다며 부평의 한 투표소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투표함 봉인된 부분의 덮개가 흔들린다"며 "투표함 바꿔치기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B씨를 조사하고 있다.

강화도에서는 마을 이장 C씨가 유권자를 차에 태워 투표소로 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권자를 왜 차에 태웠고 몇 명을 태웠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오전 6시 15분께 서구 암남동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소 내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부산진구 가야1동 제3투표소에서는 다른 지역구 주민이 찾아와 거주지 투표소로 안내했으나 오히려 투표를 하지 못하게 했다며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했다.

울산에서는 오전 10시 20분께 남구 한 투표소에서 한 50대 남성이 투표용지를 찢는 등 소란을 벌였다. 이 남성은 선거 관리자에게 기표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여주며 "왜 1번과 2번이 없느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유권자에게 기표한 투표용지를 보이는 것은 무효라고 판단한 관리자가 무효로 처리하자 화가 나 투표용지를 찢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중구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 D씨는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다 자신의 이름 옆에 이미 서명된 것을 발견하고 항의했다. 선거 관리자는 "동명이인이 있어 서명에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D씨는 설명을 들은 뒤 동명이인 서명 옆에 서명하고 투표했다.

광주와 전북에서는 유튜버 등이 투표소를 촬영해 경찰이 출동했다. 이날 오전 8시 26분께 전주 덕진구 한 투표소에서 기표소 내부를 촬영한 혐의로 40대 E씨가 붙잡혔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투표함 봉인지 때문에 소란이 빚어졌다. 오후 8시 35분께 서귀포시 선거구 개표가 진행된 강창학공원 내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개표소에서는 투표함 봉인지를 놓고 언쟁이 벌어졌다.

한 참관인이 "미개봉 투표함 19개에 봉인지를 떼어낸 자국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또 다른 참관인들도 현장으로 몰려들어 "투표함을 미리 열어본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 중·남구 개표가 진행된 영남이공대 천마체육관에서는 일반 투표용지보다 1.5배가량 긴 투표용지 1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서대현 기자 / 최승균 기자 / 지홍구 기자 / 박동민 기자 / 이상헌 기자 / 진창일 기자 /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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