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외세도 양안의 재결합 못막는다고 강조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을 만나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면서 "그 어떤 외세의 간섭도 가족과 조국의 재결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막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10일 신화통신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 전 총통과 일행을 접견한 뒤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양안이 같은 나라에 속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양안 동포들이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과 외세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하고 중화민족 공동의 조국을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라며 "평화통일의 밝은 미래를 공동으로 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을 향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을 공동으로 실현하자며 중국은 대만 동포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 전 총통은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양안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마 전 총통 두 사람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독립 반대에 같은 입장을 갖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마 전 총통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양안사이의 긴장이 많은 대만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화민족에게 견디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쌍방은 국민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중시하고 양안의 평화와 중국 문화에 담긴 지혜를 수호하며 쌍방의 호혜상생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는 다른 대만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대한 존중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이날 회동에서 시 주석은 "마잉주 선생(마 전 총통)이 줄곧 민족 감정을 갖고 '92공식'을 고수하며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하고 양안 청년 교류를 추진하며 중국 부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평가했다. 92공식은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중국과 당시 대만의 국민당 정부의 구두 합의이다.
마 전 총통은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것이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공동의 정치적 토대라는 점도 밝혔다.
두 사람은 마 전 총통이 현직 총통이던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을 연 바 있다. 이날은 두 번째 만남이다.
회동에는 중국 측 왕후닝 정치협상회의 주석,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 쑹타오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등이 참석했다. 대만에서는 마잉주 기금회의 샤오쉬천 사무총장, 전 총통부 왕광츠 전문위원 등이 배석했다.
마 전 총통은 재임 기간인 2008∼2016년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대만 내 대표적인 '친중파'로 분류된다. 부모 모두 중국 후난성 출신이며 자신은 홍콩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랐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중국 당국의 초청에 응해 이른바 '성묘 여행'을 했다. 이는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74년 만에 이뤄진 전·현직 대만 총통의 첫 중국 방문이다.
마 전 총통은 올해 청명절 기간에 맞춰 지난 1일 중국에 들어왔다.
이날 만남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 개최가 예정된 가운데 이뤄졌다. 미일 정상회담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오는 5월 친미 독립성향의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에 대한 견제 의도도 담겨있다. 시진핑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중국의 위협 행위에 반발해 온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을 대만 독립분자로 지목하며 비판해왔다.
지난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잉주 전 총통은 "시진핑을 신뢰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원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반발과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대만 일부 언론들은 그의 행보가 민진당을 대화 상대에서 배제한 시 지도부의 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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