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중간평가 낙제점…야당 견제 속 ‘식물 정권’ 될 수도[22대 총선]

유정인·김상범 기자 2024. 4. 1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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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은 ‘국정기조 전환’…윤 대통령, 거부권 쉽게 못 쓸 듯
야권 180석 넘기면 법안 ‘패스트트랙’ 올려 단독 처리 가능
소수 여당 탈피 못한 국민의힘, 전당대회까지 혼란 불가피
터지는 플래시, 터지는 환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2대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정권심판에 힘을 실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 낙제점을 주며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대전환을 요구했다.

야권이 최종 180석 이상을 확보하면 윤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다. 임기를 3년 남겨두고 조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국정 주도 세력으로서 정부 견제와 수권 능력을 시험받게 된다.

11일 0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개표율 68.69%) 결과 민주당은 254개 지역구 중 158곳에서 앞섰다. 국민의힘은 92곳에서 우위를 달렸다. 비례대표 의석에서 출구조사 예측 최대치를 넘는 20석을 확보하더라도 야권의 입법 독주를 막을 수 있는 120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다만 개헌·탄핵 저지선(100석 이상)은 지키게 된다.

수도권이 야당 압승을 이끌었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 254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을 차지한다. 0시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 48석 중 13곳, 경기 60석 중 8곳, 인천 14석 중 2곳에서 앞섰다. 격전지가 몰려 최종 개표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여당의 수도권 의석이 지난 총선(16석)을 웃돌더라도 사실상 수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는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 대선 수도권 표심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47.65%, 이재명 민주당 후보 48.75%로 1.1%포인트 격차였던 데 비춰보면 민심의 이동이 뚜렷했다. 다만 대통령실 이전으로 ‘정치 1번지’로 떠오른 용산에서 여당 당선이 유력해 체면치레를 했다.

여당은 대구·경북(TK) 25석 중 24석 이상을 가져가고, 부산·울산·경남(PK) 40석 중 35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확보한 지역구 의석 중 과반이 영남에 집중돼 21대 총선에 이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최종 개표 결과 야권이 ‘매직 넘버’로 불리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를 차지하기는 어렵게 됐다. 전날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친 의석수는 190~211석으로 예측됐다. ‘개헌선’과 ‘탄핵선’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여당 당선자가 예측보다는 늘어났다.

이 같은 결과는 민심의 거대한 흐름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최우선 투표 기준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열린 총선은 현 정부 중간평가로 여겨졌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윤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민심은 집권 2년 만에 등을 돌렸다. 국정운영 세력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전면적인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물가 상승 등 민생 악화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전 호주대사 ‘도피 출국’ 의혹 등이 정권심판 바람의 불씨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180석은 사실상 모든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의회권력의 기준선이다. 야권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면 윤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임기 내내 거대 야당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민심 이반을 확인한 상황에서 지난 2년처럼 적극적으로 거부권을 활용하기는 어려워진다. 본인이 내세운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고, 충돌하는 이슈는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여당의 거리 두기가 본격화하면서 여권 장악력을 잃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은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국회에서 야당을 막아설 수단을 잃으면서 야권 주도 정국에 소수 여당으로서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내부 분열이 시작되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까지 대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함께 ‘총선 사령탑’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정국 주도권을 쥔 야권은 여권 압박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발의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담은 특별검사 도입법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관련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안 등에 대해 민심의 ‘추인’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윤석열 정부 심판 정국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정국 주도권이 부여된 만큼 책임도 커진다. 일방 독주로 일관한다면 정치 실패의 책임이 민주당으로 향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각종 법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과 통과에 캐스팅보터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김상범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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