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총기 방치, 10대 아들 정신건강에 무관심”…미국서 총격 가해자 부모에 첫 징역형 선고

선명수 기자 2024. 4. 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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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다른 총격 사건 재판에도 영향” 아들의 학교 총격 사건을 막지 못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임스 크럼블리가 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재판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총기로 다른 학생들을 살해한 10대 소년의 부모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아들을 방치해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한 책임을 부모에게 물은 첫 판결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임스·제니퍼 크럼블리 부부에게 10~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고등학교에서 총격을 가해 학생 4명을 살해하고 학생 6명과 교사 1명 등 7명을 다치게 한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다. 범행 당시 15세였던 이선은 1급 살인죄로 미시간주 최고 형량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선의 부모는 총격 사건 며칠 뒤 체포돼 2년 넘게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크럼블리 부부가 집에 총기를 방치하고 아들의 정신건강에 무관심했다는 여러 증거를 토대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부친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아들과 함께 구매했고, 권총을 보관한 서랍을 잠그지 않았다. 총기 구매 다음날 모친은 아들과 함께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한 뒤 “엄마와 아들이 새 크리스마스 선물을 테스트한 날”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재판부는 부모가 아들이 총기와 탄약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총기의 사용과 소지를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부부는 사건 당일 아침 아들이 총격을 암시하는 그림을 그린 것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지에 그린 해당 그림을 확인한 교사들이 그를 수업에서 제외하고 부모를 불러 정신건강 상담을 받게 하도록 권유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하고 최근 총기를 구입한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이선은 수업에 복귀했고, 약 2시간 후 총격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들의 부모도 출석해 “만약 그들이 사건 당일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면 4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범행에 대해 사죄하거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왔던 크럼블리 부부는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미국에서 학교 총기 사건 가해자의 부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형사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미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비슷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에코 얀카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는 “이 사건은 미시간주에선 확실한 선례가 될 것이고, 전국의 검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매슈 슈나이더 변호사는 “모든 부모와 집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총기를 제대로 보관하라는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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