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4·10]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강행이 與 참패 `결정타`

김미경 2024. 4. 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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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前수석 문제 발언까지
선거 앞두고 잇단 용산발 악재
의정갈등 장기화·물가도 발목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를 부른 결정타는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임명 강행이었다. 여기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뒤늦은 경질과 의정갈등 장기화 등 용산발(發) 악재가 더해졌다. 말 그대로 겹악재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에 휩쌓인 상황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고, 황 전 수석의 '언론 회칼테러' 발언으로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 위원장 간의 충돌로 한 위원장의 동력이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열며 지역순회를 하는 등 국면을 돌파하고자 노력했으나 오히려 고물가 민심을 돌리려고 마련한 민생점검회의에서 불거진 '대파 한단 875원' 논란이 여론 악화에 불을 질렀다. 또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도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며 정부심판론에 힘을 싣는 역효과가 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우려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명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은 "총선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 대신 선택한 KBS 신년대담에서 김 여사의 논란과 관련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논란은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됐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한 위원장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면서 용산과 각을 세웠다. 한 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비화한 윤-한 갈등은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극적인 봉합을 연출하는 것으로 매듭지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한 갈등 2차전은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임명 강행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채상병 순직사고 조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출국금지조치가 돼 있음에도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해 출국금지조치를 풀었고, 호주로 부임했다. 이 때문에 '이종섭 호주런' 등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게다가 황 전 수석이 MBC에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압박을 했다는 논란이 더해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려 지난달 17일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 등의 거취 결단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한 갈등이 재현됐다. 총선에서 여당의 대패 전망이 쏟아져 나오자 황 전 수석이 사퇴하고, 이 전 대사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패색이 짙어진 뒤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을 드러내려 했으나 의정갈등이 2달여 넘게 계속되면서 민심이 돌아서는 원인이 됐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 2000명'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국면 전환에는 실패했다. 윤 대통령의 '대파 한단 875원 합리적 가격' 발언 파장도 컸다.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가겠다는 일부 유권자들의 움직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가' 판정을 내리자 야당으로부터 '파틀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앞서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고성 등 소란을 피운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카이스트 졸업생 등을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퇴장' 시키면서 덧입혀진 불통 정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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