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4·10]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강행이 與 참패 `결정타`
선거 앞두고 잇단 용산발 악재
의정갈등 장기화·물가도 발목
4·10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를 부른 결정타는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임명 강행이었다. 여기에 '언론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뒤늦은 경질과 의정갈등 장기화 등 용산발(發) 악재가 더해졌다. 말 그대로 겹악재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에 휩쌓인 상황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고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고, 황 전 수석의 '언론 회칼테러' 발언으로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이 구원투수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한 위원장 간의 충돌로 한 위원장의 동력이 떨어졌다.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민생토론회를 24차례나 열며 지역순회를 하는 등 국면을 돌파하고자 노력했으나 오히려 고물가 민심을 돌리려고 마련한 민생점검회의에서 불거진 '대파 한단 875원' 논란이 여론 악화에 불을 질렀다. 또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도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며 정부심판론에 힘을 싣는 역효과가 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우려에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명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은 "총선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 대신 선택한 KBS 신년대담에서 김 여사의 논란과 관련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김 여사 논란은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됐다.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한 위원장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적 태도를 보이면서 용산과 각을 세웠다. 한 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비화한 윤-한 갈등은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극적인 봉합을 연출하는 것으로 매듭지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한 갈등 2차전은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임명 강행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채상병 순직사고 조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출국금지조치가 돼 있음에도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해 출국금지조치를 풀었고, 호주로 부임했다. 이 때문에 '이종섭 호주런' 등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게다가 황 전 수석이 MBC에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면서 압박을 했다는 논란이 더해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려 지난달 17일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 등의 거취 결단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한 갈등이 재현됐다. 총선에서 여당의 대패 전망이 쏟아져 나오자 황 전 수석이 사퇴하고, 이 전 대사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미 패색이 짙어진 뒤였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을 드러내려 했으나 의정갈등이 2달여 넘게 계속되면서 민심이 돌아서는 원인이 됐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 2000명'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국면 전환에는 실패했다. 윤 대통령의 '대파 한단 875원 합리적 가격' 발언 파장도 컸다.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가겠다는 일부 유권자들의 움직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가' 판정을 내리자 야당으로부터 '파틀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앞서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에서 고성 등 소란을 피운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카이스트 졸업생 등을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퇴장' 시키면서 덧입혀진 불통 정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주 호텔서 손 묶인 여성들…남성들이 살해한 뒤 투신한 듯
- 중국 `로봇` 레스토랑 여사장, 서빙과 배웅까지 그대로 모방
- 파주 호텔서 남성 2명 추락사, 객실엔 손 묶인 여성 2명 사망
- 30년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 직업도 아들 이름도 모든게 판박이
- "이런 악마도"…美30대 엄마, 도로서 8개월 아기 차 밖으로 던졌다
- "김영선 좀 해줘라" 尹대통령-명태균 녹취록 공개 파장… 대통령실 "공천 지시 아냐, 그저 좋게
- 생산·소비 `동반 추락`… 설비투자 홀로 8.4% 반등
- `합병 SK이노` 1일 출범…무자원 산유국서 `친환경` 에너지강국 도약 이정표
- "기술혁신이 ESG"...AI로 고령화 해결 나선 제약바이오기업들
- "가계대출 총량규제 맞춰라"… 신규억제 넘어 중도상환 유도하는 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