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대통령, 당장 야당 李대표와 만나 국정현안 협의하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승리, 국민의힘 패배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다. 야권은 21대에 이어 국회 권력을 갖게 됐고, 윤석열 정부는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개혁 입법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다. 임기 중간의 총선은 정권심판 성격이 강하다. 그 패턴에서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년간 민주당의 입법 독주 문제를 제기하며 야당 심판을 호소했다. 게다가 각종 불법·비리 의혹의 이재명 대표가 다수 의석을 동원해 자신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등의 폭주를 들어 거야의 심판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국민은 윤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야권의 정권 심판에 동조했다.
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를 바꿔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제 패인을 분석하고 향후 국정 기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미동맹과 한일외교를 복원하고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등 이전 정부가 무너뜨린 외교와 에너지 기반을 회복시켰다. 기득권 노조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파업 행태에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고 반(反)기업 준조세 부담금을 척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듯 공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윤 대통령 국정 기조에 '옐로 카드'를 들었다. 공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천명했던 윤 대통령이었지만 고가 백을 받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점, 선거에 임박해 해병대 장병 수사 외압설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점은 국민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의 본심과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작은 실책 하나가 국정에 결정적 훼손을 입히는 법이다. 특히 국민 및 야당과의 소통 방식에서 윤 대통령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지 않았다. 이 대표가 갖가지 불법비리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 해도 그와 별개로 그는 현실적으로 거대 야당의 대표다. 정부가 원하는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그를 야당 대표로서 만나 설득했어야 했다. 이런 불통 모습이 이번 총선에 표로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윤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불만이 클 것이다. 범죄 혐의의 이 대표를 비롯해 입시 부정 등 불법비리 의혹으로 1, 2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예상외로 선전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주권자로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판은 극명한 진영 간 대치로 갈려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는 현실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고 최악을 피해 차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막말, 자질 논란으로 점철된 후보자가 당선되는 게 오늘날의 한국 정치판이다. 정책과 공약보다는 극렬 지지층에 기댄 세 싸움이 돼버렸다.
다시 한 번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투성이 선거판이었지만, 여야는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회생에 전념해야 한다. 국민의 가장 관심사 중 하나가 먹고사는 문제다. 한국 경제는 금리·물가·환율이 모두 높은 3고(高) 속에 긴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기업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소비와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당장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충격이 총선 후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판국이다.
선거 결과와 맞물려 주요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이런 우려감 때문일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민생을 살리는 국회, 경제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민생경제 안정과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22대 국회가 사회 통합과 경제 발전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저출산 극복, 의료·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국가 발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도 쌓여 있다.
국회 다수를 다시 확보한 민주당은 진영에 매몰돼 윤 정부를 발목만 잡아서는 안 된다. 경제와 민생에 여야가 따로 없다. 노동·연금·교육에 더해 현재 진행중인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에도 강 건너 구경하듯 하지말고 국회 다수당으로서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승리가 2년 후 지방선거, 3년 후 대선에서 패배로 돌아올 것이다. 2년 전 승리에서 이번에 패배한 여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총선은 이제 끝났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국정 현안을 협의해야 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로봇` 레스토랑 여사장, 서빙과 배웅까지 그대로 모방
- 파주 호텔서 남성 2명 추락사, 객실엔 손 묶인 여성 2명 사망
- 30년만에 만난 쌍둥이 자매, 직업도 아들 이름도 모든게 판박이
- "이런 악마도"…美30대 엄마, 도로서 8개월 아기 차 밖으로 던졌다
- 만취 운전자 한밤중 SUV 몰고 주점 `꽝`…13명 병원 이송
- KDI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1%대 중반"
-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누르고 수익성 톱2 등극
- 믿을 건 밸류업뿐인데…세제 인센티브, 국회 통과 `하세월`
- 코스피 하락 베팅 `곱버스` 거래량↑…"트럼프 리스크 주의해야"
- 성수·영등포 확 바뀌나… 서울 준공업지역 규제 확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