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4·10] `상속세·중처법·최저임금` 등… 경제 살리기 정책 난항 예고
중처법 유예 현실화 쉽지 않아
최저임금 차등적용 야당 반대 커
4·10 총선 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 해소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 후속 조치를 둘러싼 법률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 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주요 경제 관련 규제 개혁 사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인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유예,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이 꼽힌다. 해당 법안·규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상황은 바뀌진 않은 만큼, 상속세 등 여야 간 견해차가 큰 주요 현안은 자칫 다음 대선까지 논의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제영토 전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만큼, 경제 활성화에 한해서만큼은 여야 구분 없이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상속세에 '폐업 中企' 속출…20% 수준으로 낮춰야= 재계에서 가장 먼저 22대 국회에 요구하는 경제 활성화 규제개혁은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수출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은 50%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8개국 평균(26.5%)의 두 배 수준으로,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특히 1억유로(1400억원) 가치의 기업 상속 시 상속가액이 41%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 비중이 4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 0.09%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매각 규모만 4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021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고, 이 회장을 제외한 세 모녀는 상속세 제원 마련을 위해 2021년 이후 지난 1월까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SDS·삼성물산 등 4조8480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아울러 지난 1월 말 기준 총 3조3598억원의 주식 담보대출을 받았다.
효성의 경우 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타개하면서 상속세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유족들이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경우에 따라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주주총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한미-OCI간 통합 추진도 상속세 재원 마련이 배경이었다.
상속세 부담에 폐업을 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손톱깎이 글로벌 1위 기업인 쓰리세븐을 비롯해 락앤락, 까사미아 등이 상속세 부담으로 해외자본이나 제3자에게 기업을 매각한 사례가 있다. 무협이 수출기업 최고경영자(CEO) 7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3%는 가업승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조세부담(74.3%)'을 꼽았고, 42.2%는 과도한 세금 등의 문제로 기업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60%)이 G7국가 평균(31%)의 2배에 달한다"며, 상속세율 인하 요구 등을 담은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152건을 지난달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 확대적용 2달 간 사망사고 33곳…"영세 기업인 벼랑으로"= 중대재해법의 경우 올해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도 적용되는데, 투자 여력이 부족한 만큼 이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2년 적용 유예를 재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야당이 강한 반대를 하고 있어 유예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처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된 이후 두 달 동안 사망사고가 발생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33곳(3월 27일 기준)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달 초 전국 305명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청구인으로 하는 중처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영세 중소기업인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중처법까지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나 다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뜨거운 감자'=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경우 야당의 반대가 만만찮다.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 한 차례뿐이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오는 6월27일이다.
중기중앙회 등 업계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22대 국회가 열리는 회기에 발맞춰 중처법 유예안 등과 함께 최저임금 차등지급 등의 내용을 포함한 노동시장 규제혁신 방안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책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돌봄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이 만만찮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으로 넘을 것이 유력하다. 노동계는 작년 심의서 최초 요구안으로 1만2210원을 주장했다. 벌써부터 6월 법정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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