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성공 비결은 클라우드···'한국판 오픈AI' 탄생 돕겠다"
AI시대 맞아 산업 중요한 변곡점 놓여
GPU 확충 등 자원 관리에 성패 달려
"지금부터가 진짜"···AIDC 집중 전략
AI 서비스 조력자로, 동반 성장 목표
2026년 매출액 8000억 달성 이룰것
"오픈AI의 챗GPT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다양한 인공지능(AI) 서비스가 NHN(181710)클라우드 안에서 고도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최근 NHN 판교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챗GPT 같은 초대형 생성형 AI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탄생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인프라의 고도화를 통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오픈AI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AI 산업이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았고 시장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앞으로 오픈AI만 살아남지는 않을 테고 네이버와 구글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에서도 특정 분야에 특화돼 영향력을 발휘하는 ‘AI 강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NHN클라우드는 2022년 4월 모회사인 NHN의 클라우드사업부가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부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통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N이 지분 8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지난해 초에는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인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했다.
2008년 NHN에 입사한 김 대표는 2013년까지 당시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한게임의 서버 개발을 담당했다. 클라우드 분야로 전환한 것은 2014년 NHN에서 클라우드 기술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클라우드사업그룹장을 거쳐 2022년 4월 NHN에서 클라우드사업 부문이 NHN클라우드로 분할되면서 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NHN이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인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기업은 물론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아직 국내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면서 “우리도 처음 시작할 때는 자체 서비스와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목적이 컸고 내부 경험을 바탕으로 대외 사업에도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비스의 탄생 배경 덕분에 NHN클라우드는 모회사인 NHN의 주력 사업인 게임과 e커머스, 금융 분야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단순 클라우드 사업자를 넘어 각 분야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요자들에게 좀 더 효율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범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지양하고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특화돼 있다”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것 외에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태동기부터 지켜봤던 김 대표는 “지금부터가 진짜 클라우드”라고 평가했다. 그는 “10년 전 나왔던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는 진정한 의미의 클라우드라기보다는 서버 가상화에 가까웠다”면서 “지금은 리전(데이터센터 권역 혹은 묶음)이라는 개념도 생겨났고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AI 시대를 맞아 클라우드 산업이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AI 시대에 클라우드는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만큼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함께 성능 향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한 강력한 컴퓨팅 연산 능력을 갖춘 IDC를 바탕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는 “AI 시대를 맞아 클라우드 시장은 당연히 최소 10배 이상은 커질 것”이라면서 “우리가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GPU를 갖춘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AI 기업들은 비용과 공간 등의 문제로 GPU를 자체적으로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으로 GPU를 구매하고 인프라를 갖추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이제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AI 서비스들이 다양한 앱에 연계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GPU 연산 능력을 자체적으로 구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초거대 언어 모델을 학습화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서버와 GPU가 필수적”이라면서 “비용으로 추산해보면 한 번 학습화하는 것에만 수백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N클라우드는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추가 IDC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용도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와 광주광역시 등에서 IDC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추가 IDC 구축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적합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GPU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자체 인프라의 60~70%가 가동 중일 때 추가 IDC 구축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AI 산업 발전에 따라 지금은 수요 증가 속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AI 시대에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얼마나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AI 신기술은 필수적으로 대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하고 자원의 확보가 기술 경쟁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AI 기술 발전과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은 함께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NHN클라우드는 AI 서비스에 특화된 ‘AI데이터센터(AIDC)’를 중심으로 사업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 노력 중 하나로 NHN클라우드는 최근 ‘2.0 전략’을 제시하고 AI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기존 공공·금융·게임 영역에서의 버티컬 서비스 역량과 AIDC 중심의 초고성능 인프라 서비스를 융합하는 것이 2.0 전략의 핵심이다.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에 문을 연 ‘국가 AI데이터센터’는 이러한 2.0 전략을 가속해줄 핵심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AIDC는 총연산 능력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인 88.5PF(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 번 연산 처리), 총 저장 용량 107PB(페타바이트)의 인프라를 갖췄다. 김 대표는 “‘국가 AIDC는 설계부터 구축까지 AI 개발과 운영에 특화돼 만들어졌다”면서 “시스템 구성 장비를 보관하는 틀인 랙마다 전력 밀도 15㎾(킬로와트)를 구축해 현존 가장 높은 서버룸 성능을 갖췄는데 설계 단계부터 AI 인프라를 감안해 구축했기 때문에 확장성 면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NHN클라우드는 ‘엣지 IDC’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엣지 IDC는 기존 50㎿(메가와트)~100㎿의 전기가 필요한 IDC가 아닌 3㎿ 이하의 전기만 있으면 작동이 가능한 소형 IDC다. 자율주행 등 소수점 초 단위의 지연도 발생하면 안 되는 서비스들의 경우 기존 멀리 떨어진 IDC만으로 구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비스가 이뤄지는 특정 지역 곳곳에 엣지 IDC를 구축해 지원하면 여러 AI 서비스가 온디바이스AI(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AI) 수준으로 실시간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빌리티 등 0.01초의 지연도 허용할 수 없는 AI 서비스들을 위해 특정 지역 곳곳에 IDC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해당 분야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온디바이스AI는 번역·요약 등 GPU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와 온디바이스AI는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클라우드는 2026년까지 8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의 회사 성장세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부 등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와 더불어 AI 서비스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민간 분야에서도 수요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지금껏 30%대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앞으로 금융 등 민간 부문에서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를 고려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 부문의 전환 확대 등 정책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공공 부문에서 먼저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민간이 따라가고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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