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삼엄한 분위기 속 개표작업…수검표 절차 도입
수검표 과정서 일부 혼선도…개표 마감 예년보다 늦어질 듯
(서울·인천·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김상연 최원정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가 끝난 10일 저녁 수도권 지역 개표소에서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 개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 관악갑·을의 개표가 이뤄지는 서울대 체육관에는 오후 6시 15분께부터 21개동에서 투표함 165개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투표함 이송 차량에서 내린 참관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참관인들은 오후 6시 발표된 공중파 출구조사 결과를 놓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곧장 투표함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경찰은 투표함이 개표소로 무사히 옮겨지기까지 참관인들의 옆을 지켰다. 한 참관인은 "잘못하다가 (투표함을) 뺏길까 봐 겁이 난다"고 경찰에게 말하기도 했다.
개표소 안팎의 감시 또한 삼엄했다.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사전에 배부된 출입 비표를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개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개표 참관인들은 투표함 봉인지에 혹시 이상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이같은 확인 절차를 거치느라 모든 투표함이 접수되기까지 2시간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후 6시 23분 개표 선언과 함께 지자체 공무원과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개표사무원 640명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표용지가 책상 위에 쏟아지면서 표를 세는 선거사무원들의 손놀림은 바빠졌고 참관인들 또한 휴대전화로 이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개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수검표 절차가 새로 도입됐다. 수검표란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한 투표용지를 개표 사무원들이 한 장씩 손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다.
이 때문에 최종 개표 마감까지 소요 시간이 예년 총선보다 2시간가량 늘어날 것으로 선관위는 예상하고 있다.
선관위는 참관인과 사무원들을 대상으로 수검표 절차와 역할 분담, 유효투표와 무효투표를 가리는 방법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
투표용지 점검·심사 요원 최문형(37)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개표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때보다 투표용지도 길어진 데다 수검표까지 겹쳐서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오전에 잠도 푹 자고 마음의 각오를 하고 왔다"고 웃어 보였다.
개표 참관인으로 참여한 대학생 조윤재(28)씨는 "현재까지 별다른 이상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처음 해보는 것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공정한 선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정 개표가 이뤄지는 아주대 체육관에서는 수검표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담당 사무원이 투표지 심사 계수기에서 나온 투표지를 고무줄로 묶어 책임사무원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선관위 직원이 "100장이 맞느냐"고 물어보자 해당 사무원이 당황한 듯 종이에 묶여있던 고무줄을 풀기도 했다.
이에 선관위 직원이 "이러면 안 된다. 다시 기계로 다시 세어 달라"고 다그쳤다.
투표소 내부가 조명으로 너무 밝은 탓에 분류기가 빨간색 투표 도장을 인식하지 못해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개표사무원이 책자를 기계 위에 올려 그늘을 만들고 나서야 분류기가 작동했다.
인천 남동체육관 개표소에도 오후 6시께 투표함이 차례로 도착했다. 경찰의 호각 소리와 경광봉 지시에 따라 태권도와 영어학원 등 다양한 상호가 적힌 승합차들이 투표함을 싣고 개표소로 줄지어 이동했다.
투표관리관들은 차량에서 투표함을 내린 뒤 재빨리 체육관 안으로 이동했다. 한 투표관리관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힘들어도 뛰어서 이동했다"며 "무사히 임무를 마쳐서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날 개표 관리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일반인 개표 참관인을 비롯해 7만6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선관위는 11일 새벽 2시께 지역구 당선자 254명, 새벽 5∼6시께 비례대표 당선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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