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로봇심판의 슬기로운 야구 생활

2024. 4. 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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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프로야구의 철이 돌아왔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소위 로봇심판이라고 불리는 자동투구판정(Automatic Ball-Strike·ABS) 시스템이 도입돼 흥미를 더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로봇심판을 검토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ABS 도입에 대해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한다.

ABS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도입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야구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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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 99.9% 야구 로봇심판
美 메이저리그는 도입 보류
권위·규칙에 대한 인식차 때문
중요한 건 새로움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역량의 차이
정치도 스포츠에서 배워야

바야흐로 프로야구의 철이 돌아왔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소위 로봇심판이라고 불리는 자동투구판정(Automatic Ball-Strike·ABS) 시스템이 도입돼 흥미를 더한다. 지금까지 ABS는 99.9%의 정확도를 보이면서 빠르게 안착하는 분위기다. 악천후와 미세먼지가 거의 유일한 오류의 원인이라고 하니 장마철과 한여름 무더위에도 잘 운영된다면 ABS는 우리 야구 인프라의 꽤 의미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KBO는 ABS의 일관된 판정으로 선수와 팬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로봇심판을 검토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ABS 도입에 대해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고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부족한 심판의 일손을 덜기 위해 ABS를 활용하고 있지만, MLB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다. 혹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들어 심판의 권위와 공정성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과 태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우리는 불공정한 것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여러 역사적·사회적 경험이 축적돼왔던 반면, 영미 문화권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권위와 규칙에 순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MLB를 주름잡으며 350승을 거둔 걸출한 투수인 그레그 매덕스가 떠오른다. 그는 타자와의 절묘한 수싸움과 제구력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제구력이 실제로는 편파적이라고까지 의심받는 심판들의 관대한 판정 덕분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가 등판하면 왠지 모르게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다고 하여 '매덕스존'이라고까지 불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미국 야구팬들은 매덕스가 최고의 투수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설령 매덕스존이 사실이라 해도 기껏해야 공 한 개 정도 차이라면 타자가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와 같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으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만 '스포츠답다'는 인식과는 대비되는 관점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우리보다 더 만연한 미국에서 공권력이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도 겉보기에는 모순돼 보이지만, 2021년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공권력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들이 그것을 묵인하는 것을 보면 권위와 규칙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ABS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도입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야구만이 아니다. 축구의 오프사이드와 골 판정에서 VAR 활용부터 배구와 테니스 등 여러 스포츠에서 인간 심판의 지각 능력을 보완하는 다양한 인프라와 제도가 도입되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VAR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오심도 경기의 한 부분이며 그것이 축구의 미덕(virtue)이고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대세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을 부르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요즘 키워드인 인공지능(AI)도 크게 한몫한다. 이러한 추세와 차이에 대한 변화가 단지 스포츠에만 국한되지는 않으며, 그저 문화적 차이로만 여길 수도 없다. 실제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차별성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갭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제도적 변화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이에 적응하는 역량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한 무형의 소프트한 역량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우리 사회와 정치는 스포츠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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