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아 칼럼] 심판 끝난후 21대 국회에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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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심판의 시간이 끝났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22대 국회에 쏠려 있지만 21대 국회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21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넘게 남은 것이다.
심야시간 등에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20년 국회에 제출됐고, 윤석열 정부도 '규제개혁 1호 과제'로 선정했지만 21대 국회는 3년 넘게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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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개원前 처리못하면
계류중인 1만6천여건 폐기
킬러규제 혁파·방폐장법 등
통과시켜 유종의 미 거두길
뜨거웠던 심판의 시간이 끝났다.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고, 22대 국회를 이끌어갈 300명이 새롭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당선자들은 저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목청껏 공약을 외치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22대 국회에 쏠려 있지만 21대 국회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2대 국회 임기는 5월 30일 시작되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21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넘게 남은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총 2만5796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9452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35%에 불과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무려 1만6344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경제 관련 법안이 수두룩하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223건의 규제혁신 법안 가운데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98개다. 지난해 정부가 킬러 규제를 혁파하겠다며 내세운 6대 개혁과제 가운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산업입지법과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업종 규제 탓에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에 투자할 수 없는 첨단·신산업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산업입지법 개정과 저출생·지방 인구 감소에 따른 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고용법 개정은 시급한 과제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확대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해묵은 숙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 제한은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지금은 시장에 가야만 물건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 규제를 받고 있고, 휴업시간과 휴무일에는 온라인 배송마저 할 수 없어 새벽배송이 막혀 있다. 심야시간 등에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20년 국회에 제출됐고, 윤석열 정부도 '규제개혁 1호 과제'로 선정했지만 21대 국회는 3년 넘게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도입을 통해 지방 중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과 의원 입법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절차를 도입하는 국회법 개정은 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자영업자나 기업인에 대한 경제형벌 합리화도 경제계의 숙원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건설과 같은 국민 안전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의 국회 통과도 더 미뤄둘 일이 아니다.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폐장이 없다. 원전이 가동되기 시작한 1978년부터 사용후핵연료가 원전 용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쌓여 있는데, 2030년부터는 저장시설이 포화하기 시작한다. 저장시설이 꽉 차 원전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방폐장 건설 특별법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업 출산장려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의 후속 입법도 빠를수록 좋다.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은 5월 30일이 되면 자동 폐기된다. 폐기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다 해도 법안을 심의하려면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 이렇게 낭비한 시간은 사회적 손실로 남는다. 20대 국회도 임기 종료 한 달여를 남겨두고 열린 임시국회에서 133개 법률안을 처리했다. 21대 국회도 계류된 법안을 처리할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고, 밀린 숙제 몇 가지라도 해놓고 떠났으면 좋겠다. 국민에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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