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이끌어 낸 이재명···차기 대선 가도 청신호
더불어민주당의 22대 총선 압승이 가시화되면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 됐다. 총선 내내 그를 괴롭히던 사법 리스크와 공천 리스크도 일정 정도 극복했다. 공천과 탈당을 거치며 당내 당권·대선 경쟁자들은 낙오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내 독주 체제의 정당성을 부여받은 이 대표는 2027년 대선을 향해 달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언제든 이 대표의 입지를 흔들 수 있는 돌발 변수다.
이 대표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며 최전방 공격수로 역할을 했다. 공식선거운동 출정식과 마무리 유세도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용산 유세에서 “못 살겠다 심판하자”고 외쳤다. 같은 날 이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선거 30일 전인 3월11일부터 선거운동 마지막 날 4월9일까지 이재명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 ‘4.10 심판로드’ 6,908km(직선거리 기준)를 누볐다”는 비서실 명의의 글이 올라왔다. 이 대표는 재판 휴정 시간, 유세 지원을 위한 이동 중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이용해 선거 지원을 했다.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와 공천 리스크도 어느 정도 걷어냈다. 공식선거운동 13일 중 3일 동안 재판에 출석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졌고 여당은 이 점을 공격 포인트로 활용했지만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공천 갈등도 결과적으로 선거 승리를 통해 정리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반발이 있을 때도 계속 혁신 공천이란 점을 강조해왔다”며 “총선 승리로 혁신 공천이란 점이 최종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이재명계도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천 논란에 대해 승복했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선거 지원에 나서 단일대오를 만들어냈다.
총선 승리의 주역이 된 이 대표의 당내와 야권 내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당내 경쟁자들은 총선 과정에서 힘이 빠졌다. 임 전 실장, 박 의원 등은 의원직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지역구에서 낙선하며 입지가 축소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당내에는 경쟁자가 없고, 야권에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정도만이 경쟁 주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8월까지인 임기 동안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인사들이 다수 원내에 진입해 우호 세력도 확대됐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친명계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재선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 경선 과정에서 친명 후보들에 대한 당원 지지가 이렇게 확고할지 우리도 몰랐다”며 “당원들의 구성이 바뀌었다. 총선 이후에도 이 대표 체제는 견고하다”고 말했다.
약점은 남아 있다.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 대장동 의혹 등 여러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 거취는 영향받을 수 있다. 총선 승리가 온전히 이 대표의 득점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권심판론이 작동한 결과로 얻은 반사이익일 뿐이지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긍정 평가는 아니라는 취지다. 앞으로 이 대표가 어떤 비전과 정치로 국민적 지지를 모아갈지는 과제로 남았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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