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비 다 준대도 … 서귀포 '의사 구하기' 5수째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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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가 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해온 전국 최초 민관협력의원이 의사가 없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5차 공고 당시 의사 몇 명이 관심을 보였지만 혼자 야간·휴일 진료를 이끌어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도와 협의해 재공모 시기를 정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민관협력의원 임차 운영 방식의 의료법인 분원 설치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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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예산 투입해도 지원자 '0'
의료 사각지대 해소 또 물거품
1시간거리 제주까지 원정진료
제주 서귀포시가 50억원을 투입해 추진해온 전국 최초 민관협력의원이 의사가 없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역 의료 인프라스트럭처 붕괴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전날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 사용허가 입찰 공고'를 개찰한 결과 단 한 명의 응찰도 나오지 않아 유찰됐다. 지난해 2월 15일 시작해 벌써 다섯 번째 유찰이다.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은 의료 사각지대의 응급환자 수용과 야간·휴일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서귀포시가 2020년부터 추진한 의료지원 사업이다.
감귤과 마늘 등 농업을 위주로 돌아가는 서귀포시 서부지역(대정읍·안덕면 등)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민이 많다. 농사를 짓다 보면 물리치료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가까운 병원이 적다 보니 주민들은 매번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제주시내 병원을 찾고 있다.
실제 서귀포시가 시민들의 거주지와 건강보험 외래진료 청구 병원의 소재지를 대조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시민 절반 이상이 제주시내 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정읍·안덕면 주민의 거주 지역 병원 이용률은 11~28%로 서귀포 지역에서도 가장 낮았다. 이들이 야간이나 휴일에 시내 병원을 찾는 건수는 한 해에 10만여 건, 진료비 지출은 28억원이 넘는다.
민관협력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건물과 의료 장비를 지원하고 민간 의료진이 운영을 맡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서귀포시는 국비 등 47억4500만원을 투입해 대정읍 상모리 3679 일대 4885㎡ 용지에 연면적 885㎡의 의원동과 81㎡ 면적의 약국동을 지었다. 준공은 지난해 1월 완료됐고 흉부방사선과 내시경, 복부초음파, 물리치료 등 의료 장비 15종·46대도 갖췄다.
아울러 서귀포시는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까지 개정해 공유재산인 건물과 용지 사용료를 대폭 감면했다. 구체적인 감면 규모는 건물 시가의 1000분의 5까지다. 건물 감정평가액이 1억원이라면 조례를 통해 연간 사용료를 5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5일을 시작으로 1년 넘게 의료진 모집에 나섰지만 응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수익 창출이 불확실한 데다 휴일·야간 운영에 따른 의료진 확보의 어려움, 건강검진기관 운영 부담, 의료진 주거 문제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서귀포시는 의료진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준을 대폭 낮췄다. 기존에는 필수 과목(내과·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을 포함한 의사 2~3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야 했다. 하지만 4차 공고부터는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 완화해 대표 의사 1명으로도 개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4차 공고에서 의사 A씨가 낙찰을 받아 개원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지난 2월 A씨가 돌연 포기서를 제출하면서 무산됐다. A씨는 포기 이유에 대해 "기존 병원의 인수인계 문제 때문"이라고 서귀포시에 답변했다.
4차 공고까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서귀포시는 개원 후 6개월간 유예를 조건으로 △진료 시간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6시까지로 단축 △주중(평일)에는 1일 휴무 가능 △사용 면적 확대, 최소입찰가 하향 등 조건을 또다시 완화해 5차 공고에 나섰지만 응찰에 나선 의사는 없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5차 공고 당시 의사 몇 명이 관심을 보였지만 혼자 야간·휴일 진료를 이끌어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도와 협의해 재공모 시기를 정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민관협력의원 임차 운영 방식의 의료법인 분원 설치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송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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