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200석’ 넘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선택 2024]

구민주·변문우 기자 2024. 4. 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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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 출구조사, 범야권 191~217석 확보 발표
200석 넘기면 거부권 무력화 가능…개헌‧탄핵 추진도

(시사저널=구민주·변문우 기자)

10일 제22대 총선 지상파3사 출구조사를 바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191~217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송3사마다 다소 편차가 있지만 민주당과 민주연합이 과반인 151석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을 합치면 190석 이상 최대 200석까지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실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임기 중반에 접어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은 사실상 상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21대 국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직, 예산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 처리,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 등이 민주당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재적 의원 5분의3인 180석을 차지하면 보다 막강한 입법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수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 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올려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또 법안 상정을 막는 '필리버스터'(합법적인 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어 소수 여당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다만 의석수가 한참 열세한 여당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견제를 쓸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여당이 101석만 돼도 재의결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복수의 법안들이 본회의서 가로막혔다.

여권의 마지막 견제 카드도 힘을 잃는 경우는 바로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을 때다. 그간 행해왔던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무용지물이 돼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개정안과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이 가능하며 국회의원 제명도 할 수 있게 된다. 탄핵 소추에 필요한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에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여당은 사실상 국회 안에서 자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므로 거리로 나가 여론전에 기대야 한다.

물론 헌법 개정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며 탄핵소추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하지만 범야권이 200석을 얻을 경우 일단 여권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인사들은 총선 유세 마지막까지 "개헌‧탄핵이 가능한 야권 200석만은 막아 달라"며 간절히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尹 조기 레임덕 봉착하게 될 것…한동훈도 직격타"

정치권에선 범야권이 당초 목표를 넘어 180석 이상만 얻어도 정국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와 야권이 151석 정도만 얻는다면 현 정국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겠지만, 그 이상을 얻게 된다면 이 대표가 당 장악력을 얻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탄핵저지선인 200석' 이상을 얻는다면 민주당이 완벽한 승리를 통해 정국을 변화시키고 정치적 효용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공천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측근들로 판을 짠 이 대표에게 막강한 정치적 권력이 쏠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과거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누렸던 정치력까지 갖게 될 것"이라며 "만약 200석이 넘는다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해 끌어내릴 수 있는 만큼, 기존의 사법리스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대표는 차기 당대표는 물론 대권주자로서 지위도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에 힘이 실리면서 자연스레 '윤석열 탄핵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와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보다 더 강하게 '윤석열 탄핵론'을 밀어붙이며 총공세를 펼 것"이라며 "다음 지방선거 혹은 대선까지 야권이 헤게모니를 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훈 평론가는 "조기 레임덕이 더욱 빠르게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실상 국회의 패스트트랙을 막을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정부 국정은 굉장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 원장도 "정권이 이미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김건희 여사 의혹을 비롯한 각종 특검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여권 내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도 좁아질 것이 유력하다. 최진 원장은 "내우외환에 휘둘리면서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분열과 압박, 총선 책임론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열이 생길 것"이라며 "취임 직후 2년 동안도 결정적 국정개혁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만큼 앞으로 국민은 물론 여권에서도 외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총선 참패로 인한 직격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교수는 "한 위원장이 공천을 마음대로 다했고, 김건희 여사도 두문불출했고, 이종섭·황상무 논란도 대통령실이 한 발짝 물러나줬다"며 "그럼에도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1인 체제'를 고집한 한 위원장의 책임이 아니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한 위원장에게 시련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한 위원장이 보수와 중도층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강경 보수 입장에선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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