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파구 안 보이는 의·정 대치, 이제 국회가 나서라
의·정 대치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 2000명에 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의사단체는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의사단체를 포함한 의료계가 통일된 ‘숫자’를 들고 오길 바라지만 그것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고, 의사들도 교수·개원의·전공의 등 직역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의료계 목소리를 모으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전공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차기 의협 집행부와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오히려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문하며 강경 분위기로 돌아섰다. 대화 틀이 다시 닫히는 게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의료 현장은 아노미 상태다. 환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의료진 체력은 한계에 달했다. 의사단체가 의대 교수 33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이 87%에 이른다. 의대생 수업 거부와 전공의 사직 행렬로 의료 인력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각 의대는 학생들의 집단 유급을 우려해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지만 듣는 학생은 거의 없다. 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 양성·수련 체계를 고려하면 의대생들의 졸업 지연은 향후 심각한 의료 공백과 혼선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은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2000명이 그 자체로 목표는 아니다. 합리적으로 따져서 필요하면 더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과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전 국민이 아프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상황이 됐다. 의대 정원 증원은 올해 대학 입시와 연동되므로 확정을 늦출 수도 없다. 총선이 야권 압승으로 끝났다.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는 의대 정원 증원과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의사들뿐 아니라 시민·환자 등을 아울러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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