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이 모인다, 불펜이 막았다···두산은 ‘시범경기 모드’ 소환중

안승호 기자 2024. 4.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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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잠실 경기 승리를 지켜낸 두산 정철원과 포수 양의지. 연합뉴스



사실, 믿었던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제몫을 하지 못한 날이었다. 두산 외국인투수 알칸타라는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4안타에 4사구 5개를 내주며 4실점하고 물러났다. 팀 타선의 지원으로 6-4 리드를 안고 벤치에 앉은 가운데 고작 2점차 리드로 불펜진에게 넘긴 부담이 4이닝에 이르렀다

불펜은 개막 이후 두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전날까지 불펜 평균자책이 5.76으로 전체 9위까지 처졌다. 또 시즌 9패 중 끝내기 패배가 4회에 이를 만큼 뒷문이 허술했다.

시범경기를 무패(8승1무)로 마친 뒤 정규 시즌 들어 고전했던 두산이 가시밭길을 지나 다시 새 길로 가고 있다.

두산은 이날 한화전에서 구원 등판한 투수 4명이 4이닝을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에 7-4로 승리했다. 사이드암 박정수가 6회 나와 1이닝을 막은 뒤 좌완 이병헌이 0.2이닝, 다시 사이드암 박치국이 1.1이닝을 던지고 우완 마무리 정철원이 9회를 지켜냈다.

두산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정비된 전력을 과시했다. 전반적인 시즌 전망에서 ‘강호’로 분류된 이유였다. 그러나 개막 이후 타격 사이클이 떨어진 가운데 불펜진마저 흔들리며 접전 양상의 경기를 자주 놓쳤다. 역전패 횟수가 5차례로 가장 많았던 배경이었다.

두산 양의지가 10일 잠실 한화전에서 1회 역전 3점홈런을 친 뒤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은 전날 한화전에서는 7회 김재환의 역전 3점홈런으로 전세를 뒤엎고, 10일에는 양의지의 1회 3점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주중 첫 2경기를 연승으로 이어간 10일 불펜 정비 계획을 전했다.

우선 1군으로 돌아온 우완 김명신이 전날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까지 따내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도 선발 김동주가 5.1이닝 3실점(비자책)으로 물러난 뒤 불펜진이 3.2이닝 무실점 역투를 해준 덕분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명신이 구위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11일에는 불펜진의 또 하나의 카드 홍건희를 1군에 올릴 계획을 전했다. 손등 통증으로 조율 기간 거친 홍건희는 지난 9일 퓨처스리그 롯데전에서 2이닝을 1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정상 궤도로 1군 유턴 준비를 마쳤다. 홍건희는 10일에는 잠실구장으로 출근하며 복귀를 예고했다.

두산 김명신. 연합뉴스



시범경기 이후 뜨겁게 주목받다가 개막 이후 제구 난조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던 신인 김택연도 지난 9일 1군으로 복귀해 등판 대기 중이다. 김택연은 1군 3경기 2.1이닝 동안 4사구만 6개를 내주며 흔들렸는데 잃었던 피칭 밸런스를 점차 잡아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감독은 “조금은 편안한 상황에서 올리겠다”고 말했다. 김택연이 ‘신인왕 1순위’다운 진가를 되찾는다면 두산 불펜의 힘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개막에 앞서 크게 주목받던 팀 중 하나였다. 너무 이른 시점에 전체 사이클이 올라온 것이 우려였을 만큼 시범경기 투타 밸런스가 좋았다. 그것이 사이클이었다면 개막 이후 보름을 넘기는 동안 가라앉던 줄기가 다시 올라오는 흐름이다. 7승9패로 아직은 승패 마진 ‘-2’. 두산이 조용히 ‘시범경기 모드’를 다시 부르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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