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김건희 여사 ‘나홀로 투표’
역대 대통령은 선거나 국민투표 때 부부동반 투표를 했다. 대통령 부부의 투표는 선거 당일 방송뉴스의 단골 메뉴였다. 그 투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호소하는 방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2월12일 유신 체제와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때 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동행했다.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 사건으로 사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부인 대행 역할을 할 때였다. 대통령과 영부인, 대통령과 영부인 대행의 동반 투표는 굳어진 선거문화이자 전통이었다.
이 관행을 윤석열 대통령이 깼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부산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서 4·10 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동반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는 윤 대통령 부부가 주소지인 이태원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함께 투표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부산까지 가서 홀로 투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의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지 넉 달이 되어간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15일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했다가 귀국한 뒤 공식 행사에 불참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 영부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주목을 피하다’라는 기사에서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여사가 지난 5일 이태원 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홀로 사전투표를 한 사실을 대통령실이 뒤늦게 공개했다. ‘나홀로 투표’는 공개 투표하기도, 포기하기도 난처한 김 여사의 ‘웃픈’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총선은 김 여사에게도 중요하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야권 200석 시대가 되면) 김건희씨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벼른다. 검찰이 지금처럼 윤 대통령 손안의 공깃돌처럼 굴지도 알 수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 검찰도 조직 생존을 위해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설정을 모색할지 모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받는 김 여사 소환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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