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압승, 윤석열 정권 언론탄압이 정권심판론 불붙였다
정권심판론 요인 중 언론탄압 한 축...언론장악 논란, 尹 특유 소통 방식 여론 악화
MBC 파란색1 날씨 중징계에 정권 언론관 보여준 황상무 수석 회칼 발언도 악재로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범야권이 과반 의석을 넘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한 200석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실정에 분노한 표심이 정권심판론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권심판론 요인 중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언론탄압과 표현의자유 억압 문제를 꼽을 수 있는데, 분노한 표심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멀게는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가깝게는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이 있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발화자인 권력자의 발언 인용 보도에 대한 검증 논쟁을 일으켰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MBC를 향한 탄압 양상을 띠면서 언론계의 상징적 사건이 됐다. 이후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사 중징계 조치를 내리면서 “전례 없는 국가 검열과 노골적인 보도 개입이 자행되고 있다”(언론노조 YTN 지부)는 비판이 거셌다. MBC 파란색1 날씨 보도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리면서 심의기구가 '여당 선거운동기관'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거론되기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성남분당을)는 2022년 9월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있으면서 윤 대통령 순방 발언에 대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던 당사자다. 상대방 김병욱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날리면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도 날리면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정쟁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와 언론인 압수수색도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언론탄압 양상이 강해졌다. 대선 검증 보도의 일환으로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을 보도하고, 현재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매체 대표와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고 압수수색까지 단행했다. 최근엔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리면서 권력자의 검증 보도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KBS 신년대담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질문으로 앵커가 '조그만 파우치'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 KBS 위상과 함께 위축된 언론계 현실을 보여줬다. 세월호 10기 다큐방송 방영을 미룬 것도 권력자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 중 KBS 장악 시나리오 문건이 폭로되면서 언론장악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점을 찍은 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이었다. MBC 기자를 향해 과거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얘기한 것은 정권과 언론의 관계에서 선을 넘어 '협박죄'까지 물 수 있는 엄중한 사건이 돼버렸다. “근원적 문제는 군사독재 시절 이상으로 폭압적이고 왜곡된 윤석열 정권의 언론관”이라는 언론노조 MBC본부가 내놓은 논평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벌어지는 언론탄압 문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적이었다.
대통령 풍자영상 제작자 등을 상대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실도 입길에 올랐다.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되면 시민의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입틀막' '언틀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이 소통을 대하는 방식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탄압 및 장악 논란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향한 견제심리로 작용하고 결국 정권심판론의 핵심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KBS나 방통위 장악 과정에서의 거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데다 황상무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표현의 자유'나 '언론자유'는 평소 물과 산소처럼 잊고 살았지만, 막상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덕에 '이런 무도한 정권이 있나' 하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블랙아웃 기간 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찍은 이유' 1순위는 '정권심판을 위해서', 2순위는 '국민의힘이 싫어서'인데 둘을 합치면 10명 중 무려 8명 가량 된다”며 “누적된 여러 불만의 에너지가 2월 민주당 내홍으로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었다가 이종섭 사태, 황상무 사태를 겪으면서 '심판풍'이 재점화되면서 '응징투표'가 선거일까지 관통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도 “정권 심판의 대상은 국정 수행의 성과와 국정 수행 태도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정례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윤 정부 재임 기간 동안 부정적 평가 이유는 '소통 미흡' 및 '독단적/일방적' 등 태도가 첫손으로 꼽혔다”며 “언론에 대한 태도가 곧 유권자에 대한 태도로 받아들여지는데 윤 정부가 빚은 언론과의 꾸준한 마찰이 유권자의 심판 정서를 다져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선거 시기의 팩트는 과학적 사실의 증명이 아니라 유권자의 총체적 인식”이라며 “언론 탄압을 했든 경호 차원에서 격리를 했든 상관없이 유권자 입장에서 입틀막은 언론탄압이고 이는 군부독재에서나 있던 유례없는 일이기에 당연히 '유권자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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