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마잉주 9년 만의 회동…“외세 간섭이 가족과 조국의 재결합 막을 수 없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10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의 회담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중앙(CC)TV와 대만 매체 연합보에 따르면 시 주석과 마 전 총통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열었다.
시 주석은 이날 “마 전 총통이 줄곧 민족 감정을 갖고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을 고수하며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하고 양안 청년 교류를 추진하며 중국 부흥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안의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양안이 같은 나라에 속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그 어떤 외세의 간섭도 가족과 조국의 재결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잉주 전 총통은 “양안이 인민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중시하고 양안의 평화를 수호하며 중국문화에 담긴 지혜로 양안의 호혜와 상생을 보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양안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화민족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양안의 중국인은 양안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갈등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지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이번이 두번째다. 마 전 총통은 재임 중이던 2015년 11월7일 싱가포르에서 시 주석과 만나 역사상 첫 양안 지도자 정상회담을 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현직 중국 국가주석과 현직 대만 총통이 만난 건 이때가 처음이며 현재까지 유일하다.
중국은 국민당 소속인 마 전 총통 재임 중이던 2008~2016년을 양안관계가 가장 안정됐던 시절로 평가한다. 2017년 친미·독립 성향인 민진당으로 대만 정권이 교체되자 중국 측이 민진당 정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안관계가 악화됐다.
두 사람의 이번 회담 시점을 두고 ‘미·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 전 총통 방중 기간 두 사람의 2차 회동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일정은 유동적이었다. 대만 매체 자유시보는 회담은 당초 8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일 정상회담 일정이 나온 뒤 중국 측의 요구로 10일로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민진당은 “사실이라면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의 국제사회에 대항하는 통일 전선의 볼모가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대만 안보 위기를 논할 것으로 보고, 같은 달 18일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이 참가한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마 전 총통은 청소년·대학생 대표단을 이끌고 이달 1∼11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대만 청소년들의 전통문화 체험과 뿌리 찾기, 양안 청소년 교류 등이 명목이었다.
마 전 총통은 방중 첫날인 지난 1일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쑹타오 주임을 만나 ‘92합의’에 대한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92합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 전 총통은 청명절 연휴 기간 중국 전설의 첫 황제로 여겨지는 헌원씨를 기리는 제사에 참여했다. 9일에는 베이징의 항일전쟁기념관을 찾아 1937년 중·일전쟁의 시발점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을 언급하며 “전쟁에는 승자도 없고 평화에는 패자도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마 전 총통은 지난해 3월에도 중국 당국의 초청을 받아 후난성의 조상묘를 방문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 역시 전·현직을 통틀어 대만 총통의 첫 중국 방문으로 기록됐다. 당시에도 두 사람의 회담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미·중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전 민감했던 국제정세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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