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 수비+턴오버 16회' 다이어, 뉘우칠 줄 모른다... "계획대로 아주 잘했어"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에릭 다이어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바이에른 뮌헨은 10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아스널과 2-2로 비겼다. 양 팀은 18일 오전 4시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차전을 치른다.
아스널이 앞서갔다. 전반 12분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는 부카요 사카가 벤 화이트의 패스를 받았다. 사카는 지체하지 않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때렸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홈팀답게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갔다.
하지만 아스널의 리드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18분 아스널의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 소유권을 내줬다. 역습 찬스를 잡은 뮌헨은 바로 앞으로 나아갔고, 레온 고레츠카가 세르쥬 나브리를 향해 내줬다. 나브리는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균형을 맞추었다.
뮌헨이 역전에 성공했다. 전반 32분 윌리엄 살리바가 페널티킥을 내줬고, 케인이 이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아스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반 31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가브리엘 제주스가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 여러 명을 벗겨냈다. 이후 뒤에서 달려오던 레안드로 트로사르에게 연결해줬고, 트로사르가 그대로 마무리했다. 결국 경기는 2-2로 끝났다.
뮌헨 입장에서 원정 2-2 무승부는 만족할 만한 결과다. 하지만 뮌헨은 분명히 이길 수 있었다. 실점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다. 수비수들의 아쉬운 선택과 판단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점 장면은 다이어의 지분이 크다.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사카가 슈팅할 만한 공간을 너무 많이 내줬다. 사카는 강력한 왼발 슈팅을 선보일 수 있는 선수다. 리그에서도 UCL에서도 왼발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전 분석을 철저히 했다면 이는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카가 볼을 잡고 때리기 전에 다이어는 슈팅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다이어는 뒷짐만 지고 이를 방관했다. '방관 수비'라는 비판이 이어진 이유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은 마타이스 데 리흐트, 다이어 모두 제주스에 농락당했다. 데 리흐트는 제주스가 드리블하며 들어오자 몸을 날리며 태클을 가했다. 하지만 너무 동작이 컸던 탓에 제주스는 페이크로 손쉽게 벗겨냈고, 뒤이어 달려온 다이어도 이를 막지 못했다. 결국 제주스는 트로사르에게 내줬고, 완벽한 노마크 찬스에 있던 트로사르는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2실점 모두 수비의 아쉬운 판단으로 나왔다. 수치에서도 잘 드러났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 기준 다이어는 6.4점으로 팀 내 최저 평점을 받았다. 다이어는 77%의 패스 성공률로 다소 영점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턴오버를 16회나 기록했다. 아스널의 전방 압박에 정신 못 차리며 소유권을 계속 내준 것이다. 뮌헨에 페널티킥을 내준 살리바(6.3점)와 평점이 비슷했다. 사실상 실점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데 리흐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6.6점을 받아 다이어 다음으로 낮은 평점을 부여받았다. 다이어도 6번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다이어는 자신의 실수를 감쌌다. 괜찮았다고도 말했다. 뮌헨 소식통 'Bayern & Germany'는 10일 경기 후 다이어의 발언을 전했다.
다이어는 "결국 우리가 마지막에 버티지 못해 실망했다. 그러나 첫 골을 내준 후에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아주 잘 실행에 옮겼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침착했고, 찬스를 만들어 득점했으며 수비도 아주 잘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고, 소유권을 16번이나 상대에 내줬음에도 자신이 부진한 모습을 포장했다.
이어 그는 "또한 우리는 역습 상황에서 찬스를 만들어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실점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아직 0-0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 보여준 헌신, 동료애를 다시 보여주면 된다. 우리 선수들 자질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코 뉘우칠 줄 모르는 모습이다.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다이어의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이어의 부진이 이번 아스널전 한 번이 끝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도르트문트전에서도 다이어는 턴오버 8회를 기록하며 패배의 원흉으로 꼽혔다. 이전 강등권 다름슈타트, 마인츠와의 경기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수비로 실점했던 다이어다.
다이어는 자신이 잉글랜드 국가대표에 승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0일 "다이어는 자신이 커리어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믿으며 잉글랜드 대표팀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다이어는 "분명히 나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일원이 되고 싶고, 그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그러한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내가 37세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30세이고, 아직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이 전성기가 될 것이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어의 자기 객관화 부족에는 독일 언론의 후한 평가도 한몫한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다이어와 데 리흐트 조합을 지속적으로 기용할 때, 완벽한 수비 조합을 찾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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