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 회복할 국회 되길"…끊이지 않는 유권자 발길(종합)
오전 한산했던 투표장…오후에도 유권자 발길 이어져
오후 4시 누적 투표율 61.8%…지난 총선 때보다 2.1%포인트 높아
제22대 총선 본 투표날을 맞아 시민들은 4년만의 새로운 국회를 만든다는 설렘을 가득 안은 표정으로 투표소를 찾았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의 투표장은 다소 한산했다.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열린 사전 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때처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오픈런'하는 시민들은 볼 수 없었고, 투표장에 막 도착한 시민들은 대기 없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형진(46)씨는 "우리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을 뽑고 왔다"며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다.
김씨는 "국회의원이 할 일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여야 모두 싸움은 멈추고 자기 지역구나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종로구민 김모(80)씨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공약을 봐도 노인들을 위한 것은 없었다"며 "다음 국회의원들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고 나랏일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의 투표장.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당을 떠나 지역구를 위해 성실히 일할 후보를 뽑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진구에 사는 이민수(25)씨는 "(후보들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건대입구역에 생기는 교통정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보는 자신이 약속했던 정책을 잘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조성중(31)씨는 "아직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된 공약들을 유심히 봤다"며 "요즘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큰데,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시간대에 서울 용산구의 투표장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나은(21)씨는 "제일 원하는 것은 정권 심핀"이라며 "대통령께서 여러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많이 행사하셨는데, 대통령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국회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김모(46)씨는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정부에서 사실상 지원하는 것이 별로 없다"며 "국회가 새로 결성되면 현안을 타파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의견을 잘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 동작구의 한 사전투표소는 이른 아침부터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모인 이들로 투표소가 가득했다.
선거일이 법정공휴일인 만큼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다.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색깔로 가득한 인상착의로 이곳을 찾았다.
사전투표날에 근무를 서느라 이날 투표소를 찾은 한모(48)씨는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견제할 수 있는 후보에 투표했다"며 다음 국회에 "(정부가) 잘못한건 제대로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43)씨는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줬다"며 "지난 몇 년간 실망이 컸지만 한번 더 믿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만큼은 정당이나 정부보다 후보자의 자질을 보고 판단했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67)씨는 "공약이나 정당보다 후보자가 바른 사람인지에 따라 투표했다"며 "국민들 살기 좋게 만들어주는 안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투표열기 '후끈'…"성실한 일꾼 될 분 뽑았다"
이날 부산지역 투표소에도 이른 시각부터 투표하려는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부산 남구 부산여성회관 1층에 마련된 대연3동 재1투표소. 비교적 이른 시각이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소 내부는 환자복을 입은 어르신부터 아이와 함께 온 부부, 가벼운 옷차림을 한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남구 주민 조모(41·남)씨는 "현역 의원끼리 붙는 지역이다 보니 고민이 됐는데 성실한 일꾼이 될 분을 소신껏 찍었다"면서 "특히 집값이 많이 비싸다 보니 당선되는 분이 부동산 정책을 잘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일찍 투표하고 쉬겠다는 문모(50·여)씨는 "물가도 많이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힘든데 투표를 통해 안정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라가 바뀌려면 투표해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연제구 연산5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연산5동 제1투표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러 온 유권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선거 사무원들에게 국회의원 투표용지와 함께 비례정당 투표용지를 건네받은 시민들은 길다란 용지의 길이에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시민은 투표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해 출근하기 전 아침 일찍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김모(37·여)씨는 "후보의 이력을 찾아봤을 때 지금까지 추구하고 활동해온 방향이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을 선택했다"며 "특히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하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통감을 하고 있어서 현재 의료 파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높은 물가와 불안정한 경기를 현 사회의 문제로 꼽으며 이를 해결해줄 후보와 정당에 투표했다는 시민들도 다수였다.
이모(65·남)씨는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정당 위주로 본인들끼리 다투기보다는 정말 나라와 우리 지역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협력해나갔으면 좋겠다"며 "지금 최우선은 경기다. 건축이나 건설, 부동산 등 현재 우리 경기가 전반적으로 다 침체돼있다. 일단 경기가 회복되는 게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장 열리기 전부터 '대기줄'…울산 시민들 "경제 살아나기를"
이날 오전 6시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제14투표소. 투표소가 문을 열지 않은 시간임에도 이곳에는 긴 대기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생업을 위해 일찌감치 투표장을 찾은 자영업자와 전동킥보드나 오토바이를 타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두 손을 꼭 잡은 노년 부부는 물론, 딸과 함께 온 부부, 대학생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몰리다 보니 이들의 바람 또한 모두 달랐다.
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영훈(60·남)씨는 "가족 모두가 아침잠이 없어서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투표장을 찾았다"며 "국민을 위해 성실히 일하고, 공업도시 울산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애 두 번째 투표에 참여한 최혜원(21·여)씨는 "제가 투표한 후보와 당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투표했다"며 "청년을 위한 복지와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제14투표소에서는 비례정당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기표를 하지 않고 용지를 들고 나온 어르신이 투표사무원의 도움으로 다시 투표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일부 유권자는 비례정당이 많은 탓에 2개 이상 정당에 투표하기도 했다.
뜨거운 선거 열기…충북 시민들 "내가 행사한 한 표로 한국 정치 바뀌길"
이날 충북지역 투표소에서도 유권자들의 뜨거운 투표 열기가 느껴졌다.
중앙정치에 매몰된 이슈의 영향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은 '심판'과 '안정'로 크게 갈렸지만, 저마다 지역의 새 일꾼에 대한 기대를 담아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유권자 나은찬(36)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어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심각한 것 같다"며 "내가 한 표라도 행사해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투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난무한 '마타도어'에 큰 피로감을 토로하면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혼란한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또 다른 유권자 김규현(65·여)씨는 "특히 선거철만 되면 너무 혼란스럽다"며 "안정적으로 믿고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청호 연안의 '육지 속 섬'으로 불리는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도 이날 오전 투표에 참여했다.
이 마을(14가구) 주민 8명은 배를 타고 600여m의 대청호를 가로질러 마을 밖으로 나온 뒤 다시 차를 타고 4㎞가량 떨어진 죽향초등학교(옥천 2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누적 투표율이 지난 총선 때(62.6%)보다 1.5%포인트 올라 64.1%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4428만 11명 중 2838만 5276명이 참여한 것이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67.5%)이다. 전남(67.1%), 서울(66.0%), 광주(65.7%) 등이 뒤를 이었고,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59.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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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yangs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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