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풍력터빈까지' EU, 中 청정기술 견제…中 "차별조치"(종합)
中 외교부 "매우 우려"…中상무부장은 'EU의 中전기차 조사' 적극 반박
(브뤼셀·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유럽연합(EU)이 전기차부터 풍력터빈에 이르기까지 유럽에 진출한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관련 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EU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프린스턴대 연설에서 EU 역외보조금 규정(FSR)을 언급하며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한다"고 예정에 없던 발표를 했다.
그는 중국 업체명은 밝히지 않은 채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풍력발전단지 개발과 관련한 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FSR은 제3국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아 제품 단가를 낮춘 외국 기업이 EU 내에서 기업결합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다.
FSR에 따라 EU에서 기업결합·공공입찰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제3국 보조금 내역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집행위 직권으로 조사를 벌여 공정경쟁을 해치는 수준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되면 참여를 불허할 수도 있다.
이날 공개된 중국 풍력터빈 업체 조사는 작년 7월 FSR이 전면 시행된 이후 세 번째 사례다. 특히 세 건의 조사 모두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첫 조사 대상 기업은 불가리아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국영 열차제조업체 중처그룹(CRRC)의 자회사 중처쓰팡(中車四方)이었다. 중처쓰팡 측은 EU 조사가 시작되자 사업 참여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지난 3일부터는 루마니아의 110MW급 태양광 발전 사업 공개입찰에 참여한 중국 태양광 기업 2곳에 대해 집행위가 심층 조사 중이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조사나 새로운 규제 수단은 중국의 '성공'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 경제 관계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럽과 교역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그러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사가 최근 중국의 청정기술 관련 기업을 겨냥하는 EU의 움직임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을 포함한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역내 녹색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가 중국산 관련 제품 수입이 늘어나는 건 고민거리다.
대표적인 분야가 태양광 패널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EU는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현재는 중국제에 잠식됐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 급증 역시 우려 대상이다.
실제 집행위는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반(反)보조금 조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베스타게르 부집행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를 언급하며 "불법적으로(illegally) 보조금이 지급됐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EU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EU의 보호주의 경향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은 중국 기업과 산업에 대한 유럽의 차별적 조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유럽 측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과 시장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중국은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확고히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이 잇따라 공정성을 명분으로 한 EU의 표적이 되면서 양측의 불편한 기류도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을 순방 중인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도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비야디(比亞迪·BYD)와 지리 등 자국 전기차 업체와 간담회에서 EU의 전기차 조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 부장은 당시 행사에서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위해 정부 보조금 대신 지속적인 기술 혁신, 최적의 생산·공급망 시스템, 완전한 시장 경쟁에 의지한다"며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적극 보호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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