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수렁 빠진 한화…류현진은 ‘연패스토퍼’ 될까

문동주가 1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한화 제공

7연승을 한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한화가 거짓말처럼 5연패에 빠졌다. 이젠 연패의 시작점, 류현진에게 다시 공이 넘어왔다.

한화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4-7로 패했다. 지난 5~7일 고척 키움 3연전에서 싹쓸이 패를 당한 한화는 전날 두산전에서 3-5로 역전패한 데 이어 이날까지 연패를 이어갔다.

만년 꼴찌 후보였던 한화는 올 시즌 초반 류현진 복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화는 류현진 합류로 한층 단단해진 선발진을 앞세워 개막 10경기에서 7연승 포함 8승2패의 성적을 거뒀다.

한화가 개막 10경기에서 승률 0.800(8승2패)을 기록한 건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요나단 페라자와 안치홍의 가세로 짜임새가 생긴 타선도 막강한 화력을 뿜어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한화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에이스’ 류현진이 5일 고척 키움전에서 와르르 무너지며 한화의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요나단 페라자가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타격 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화 제공

류현진은 이날 4-0으로 앞선 5회말 키움 타선에 난타당하며 KBO 통산 개인 한 경기 최다 9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 넉넉하게 앞서가던 한화도 이때 분위기를 뺏겨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6일 키움전에선 펠릭스 페냐가 3이닝 6실점(4자책)으로 무너져 패했고, 7일 키움전에선 김민우가 7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채은성 등 타선이 침묵하며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9일 두산전에선 불펜이 패인을 제공했다. 승리조의 한 축이던 좌완 김범수가 3-2로 앞선 7회말 1사 1·3루에서 상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헌납했다. 이날은 선발 문동주가 3.1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군 페라자의 타격감도 아쉬웠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최근 연패에 대해 “연승할 때 보면 선발이 잘 던지고, 타자들이 잘 쳤다. 점수가 안 나더라도 불펜이 잘 막아줬다”며 “연패 때는 선발이 무너지고, 점수는 점수대로 안 난다. 이기고 있더라도 불펜이 불을 지른다. 투·타 밸런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5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 당일 류현진은 KBO 통산 한 경기 최다 9실점 했다. 한화 제공

시즌 초반 연승하며 벌어둔 게 많은 한화로선 하루라도 빨리 연패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15경기를 치른 한화는 8승7패(0.533)로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연패스토퍼’의 책임이 류현진에게 돌아왔다.

류현진은 올 시즌 현재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패 평균자책 8.36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화 선발진 가운데 유일하게 ‘선발승’이 없다. 구단은 8년 170억원이라는 역대급 계약을 류현진에게 안겼고, 팬들은 현재까지 한화가 치른 15경기 중 11경기(홈 5경기, 원정 6경기)를 매진시킬 정도로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류현진은 11일 두산과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그간의 부진을 떨치고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괴물의 어깨가 무겁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