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도 뛰어든 파킹통장 경쟁, 저축은행·인터넷은행 괜찮을까?
정기예·적금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코인 가격은 급등하는 사이 투자처를 고민하며 대기 중인 요구불예금이 최근 한 달새 30조원 넘게 늘었다. 시중은행들은 대상·기간·금액 등을 한정한 고금리 파킹통장을 내놓으며 대기 자금 유치에 나섰다. 반면 기존에 고금리 파킹통장의 강자로 불렸던 저축은행·인터넷은행은 금리를 내리는 등 주춤한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달(614조2656억원)보다 33조원 넘게 증가했다. 반면 은행에 일정 기간 묶이는 정기예·적금 잔액은 전달보다 14조7218억원이 줄었다. 이자가 낮아도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둔 채 주식·코인 등 은행 외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요구불예금을 최대한 잡아두기 위해 한정 판매하는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하나은행은 급여 이체를 조건으로 선착순 30만명에게 가입 후 1년간 최고 연 3.0%의 금리(200만원 한도)를 제공하는 ‘달달 하나 통장’을 출시했다. 전북은행은 지난달 26일 첫 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연 3.40% 금리(가입금액 무제한)를 제공하는 ‘씨드모아 통장’ 이벤트를 5월31일까지 연장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말까지 영업점에서 일복리저축예금(MMDA)에 3000만원 이상(최대 20억원 이내)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에게 최장 60일간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같은 특판 경쟁에 앞서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인기를 모았던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도리어 밀리는 모양새다. 애큐온 저축은행은 오는 11일부터 플러스자유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3.5%에서 3.3%로 낮춘다.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을 축소하면서 이자 지출이 발생하는 예금 유입 증가를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2000만원 한도에서 연 4.1%의 최고 금리를 제공했던 이 상품은 올해 들어 저축은행 파킹통장들이 줄줄이 금리를 낮추거나 신규 가입을 막는 속에서도 높은 금리를 유지해 ‘예테크족(예금+재테크)’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다른 저축은행에도 여전히 고금리 상품은 있지만 입금 한도 등에서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은 금액별 차등 금리를 적용해 50만원까지만 최고 금리 연 7.0%를 적용받는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생활통장은 연 3.0%(한도 300만원)였던 최고 금리를 지난 9일부터 2.0%로 내렸다. 생활통장과 연계된 모임통장의 금리도 0.3%포인트 떨어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파킹통장 대표 상품인 플러스박스를 ‘대기 자금용’으로, 생활통장은 실제 ‘생활용’으로 이원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플러스박스는 10억원 한도로 연 2.3%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인터넷은행은 금리와 재미를 앞세운 다양한 파킹통장으로 저원가 예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온 만큼, 최근 쏟아지는 시중은행들의 특판 상품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내리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고금리 특판’은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 입금 한도 등을 내건 제한적 형태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히려 조건이 단순하고 파킹통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는 인터넷은행 쪽이 경쟁력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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