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된 낙태금지법 되살린 애리조나...“사실상 전면 금지”
애리조나서 ‘과거의 유물’ 부활 논의 불붙어
여성 참정권 없던 시절 법···반발 거셀 듯
애리조나주는 미국에서 낙태를 전면금지하는 15번째 주가 된다.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꼽히는 애리조나주의 낙태 찬반 논쟁은 이번 대선에서의 최대 쟁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이날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 중 모든 시기에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과거의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과거 에리조나주 낙태 관련 주법은 1864년 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된다.
이 법은 임신 초기에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법들이 이후에 제정되면서 사문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 허용 여부를 각 주의 결정에 맡긴 이후로 주법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2022년에 공화당 소속이었던 애리조나주 마크 브노비치 당시 법무장관은 주 법원 판사를 설득해 1864년의 낙태금지법 집행에 대한 차단 조처를 해제하도록 요청했고, 이후 이 법의 시행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본격 시작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이날 주 대법원은 4대 2 판결로 “연방법이나 주법에 1864년 법령의 운영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160년 전 만들었던 낙태금지법이 지금 시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법의 합헌성에 대한 추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 사건을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14일간 효력을 유보했으며, 추가로 45일간의 유예 기간을 뒀다.
11월 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이 법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나 낙태를 돕는 사람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 애리조나에서는 임신 첫 15주 동안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결정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주법이 여성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남북전쟁 시기에 제정된 ‘과거의 유물’이란 비판 때문이다. 애리조나주 법무장관 크리스 메이즈(민주당)은 “심지어 애리조나가 하나의 주(州)도 아니었던 시절 제정된 이 법을 다시 시행하는 것은 애리조나 주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은 애리조나주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낙태 문제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지역의 표심을 좌우하는 최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AP 투표에 따르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애리조나주 유권자 10명 중 6명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낙태를 둘러싼 민심이 이번 대선투표를 통해 표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듯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애리조나 주민들은 건강이 위험하거나 비극적인 강간 또는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훨씬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낙태 금지법 아래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잔인한 금지법은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 훨씬 전인 1864년에 처음 제정됐다”며 “이번 판결은 여성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공화당 선출직 공직자들의 극단적인 의제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온라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동영상에서 낙태 문제에 관해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것이며,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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