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업무로 허리 휘는 공무원들···“하루 13시간 근무에 최저임금 수준 수당 부당”
‘선거사무원 공문’ 받으면 기피 분위기
“6시간 근무 참관인은 10만원 받는데
우린 최저시급…만만한 게 지방공무원”
22대 총선에서도 선거 사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일선에서 나왔다. 사전투표 기간에 투표 사무원으로 일했던 공무원이 숨지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편리한 투표 현장의 이면에 공무원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 기간 투표 사무원으로 일했던 전북 남원시청 소속 공무원 A씨(59)가 지난 8일 숨졌다. A씨는 사전투표일인 지난 5일과 6일 장시간 근무한 다음날 쓰러져 이튿날 사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A씨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것”이라며 “고인의 희생에 대해 조속히 순직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A씨와 사전투표일 동안 함께 일했다는 B씨는 “A씨가 요즘 몸이 좋지 않다며 사전 투표일 당일도 너무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그날은 본인뿐만 아니라 직원 전체가 근무하는 상황이라 혼자만 빠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투표에서 선거 사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사실상 선거 사무에 동원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는 공무원 이모씨(56)는 “학교당 10명을 선거사무원으로 정해달라고 공문이 2번이나 내려왔다”며 “다들 기피하려는 분위기라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투표소를 지키려면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20년째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해온 공무원 최모씨(50)는 “일하는 13시간 동안 밥 먹을 시간과 휴식 시간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며 “사전투표일 이틀 동안 찾아온 유권자 7500명을 안내하는 역할이었는데 나중에는 입이 말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고 했다.
2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한 B씨도 “본격적인 투표일 한 달 전부터 공보물과 벽보 관리 등 선거 관련 업무를 추가로 하게 된다”며 “투표일까지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끝나고 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 사무를 맡은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이 너무 적다는 불만도 있다. 이씨는 “6시간 근무하는 참관인들이 10만원을 받는데 우리 공무원들은 13시간 일하고 13만원 가량을 받는다”며 “거의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건데 만만한 게 지방공무원이라고 부려먹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 했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 한 사람당 시민이나 은퇴 공무원인 투표 사무원을 2~3명 배당하는 등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공무원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사람이 직접 표를 세고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가 30년 만에 다시 도입됐다. 이 때문에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행정안전부는 “최근에는 투·개표 사무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체 휴무 이틀을 보장하도록 복무 규정을 개정했다”며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선거 사무 업무량과 보상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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