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변 3파전’ 벌어진 ‘정치 1번지’ 종로…“제발 정쟁 대신 민생 신경 써달라”[르포]
‘정권 심판론’ vs ‘정권 지원론’ 양분…고령층일수록 여당 지지세 확인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의 민심 향배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현역의원인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후보,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등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종로는 앞서 서울에서 가장 높은 36.07%라는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본투표 날인 10일에도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높은 투표 열기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체부동 서울생활문화지원센터에 마련된 사직동제1투표소에는 오전부터 동네 주민들과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등 유권자들이 이어졌다. 데이트를 겸해 연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20대부터 60여년 동안 종로구에 거주해 온 8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종로구 시민들은 이날 선거 이후 들어설 제22대 국회에 대해 ‘여야 협치’를 주문했다.
사직동에 거주하는 오부자(81)씨는 “종로구에서만 65년을 살았다”며 “어느 누가 되든지 간에 여야가 싸우지 말고 협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2세 남성인 박모 씨도 “정치권이 늘 민생보다는 다른 문제 등을 두고 정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총선 이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는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역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후보가 여러 차례 바뀐 지역구이자 여야 정치 거물들이 출마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역대 대통령 가운데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거친 인물로는 고(故) 윤보선(3대, 4대, 5대 국회의원), 고(故) 노무현(15대), 이명박(15대) 전 대통령이 있다.
종로구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후보, 검사 출신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법조인 출신인데, 최 후보는 판사, 곽 후보는 변호사, 금 후보는 검사 출신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종로구 시민들의 여론은 주로 ‘정권 심판론’과 ‘정권 지원론’으로 양분됐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일 수록 ‘여당’ 후보를, 20~40대 젊은 세대일 수록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양상이 관측됐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 가운데 최고령자였던 이모(88) 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편안히 살게 하는 게 국회의원의 능력으로서는 최우선일 것”이라며 “나라가 조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권 여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던 70대 여성 안모 씨도 스스로를 ‘영원한 보수’라 소개하며 “국민들이 살기 좋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40대 남성 A씨는 “사직동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가 때문에 생활상 어려움을 실감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민생은 뒷전이고 본인들의 사익만 추구하는 모습에 투표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들어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 씨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조금만 찾아봐도 현 정권이 잘 한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야당에 투표했음을 밝혔다.
한편 제3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31세 남성 함모 씨는 “지금껏 국회의원들 의정 활동을 보면,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반대당을 공격하기 위한 활동에 치중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에서 실제적으로 국민들에게 도움되는 제도나 정책을 많이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 가운데서는 위성정당을 만든 정치권에 쓴소리를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30대 남성 B씨는 “정당들이 더 이상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정권에 따라 지역구 의원이 바뀌어 온 만큼, 시민들은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지 않았다. 다만 현역의원이 바뀔 것이라는 여론이 대체적으로 우세했다.
두 딸을 둔 40대 여성 이모 씨는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제3투표소에서 나오며 기자를 만나 “거대 양당을 뽑지는 않았다”면서도 “지지세를 보면 야당이 유리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종로구 누하동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최모씨는 “정권 견제를 위해서는 이번에 한 번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서울 종로구의 투표율은 64.8%로 집계됐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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