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공공임대’ 뚜껑 열어봤더니…신청자 대부분 ‘무자녀’ 신혼
700가구 모집...경쟁률 1.9대1
‘신생아 가구’는 312명 그쳐
자녀 없는 신혼부부는 911명
입지 제한·소형 평형 위주 영향
10일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진행된 ‘2024년 1차 신혼·신생아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모집 결과, 700가구 모집에 총 1317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생아 매입임대주택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제도 발표 당시 “자녀 출산 시 파격적인 주택 공급 기회를 제공한다”며 공공분양 신생아 특별공급, 민간분양 신생아 우선공급과 함께 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신생아(2세 이하 또는 태아) 가구에게 우선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 제공되도록 기존 신혼부부 매입임대에 신생아 가구를 공급대상 1순위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이번에 최초로 공급된 신생아 매입임대는 평균 경쟁률 1.9대1로 언뜻 보면 무난한 성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청약신청자 중 정작 정책의 주 타겟인 신생아(2세 이하 자녀) 가구의 접수 건수는 321건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신생아는 아니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2순위)도 신청 건수가 58건에 불과했다.
가장 많이 신청한 부류는 오히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3순위)로, 이들의 접수 건수(911건)는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정책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무자녀 가구들만 줄줄이 신청한 것이다.
이번 신생아 매입임대주택이 정책대상자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좁은 면적과 한정된 입지 때문으로분석된다. SH공사가 공급예정주택으로 제시한 345가구(추후 추가될 예정)는 전량이 다세대, 다가구, 연립,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인데다, 대부분이 방 2개짜리 소형 평형이다. 345가구 중 3인 가구가 선호하는 쓰리룸 주택은 단 22가구(6.4%)에 불과하다.
입지도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전체 물량의 68%(235가구)가 금천구, 도봉구, 종로구 등 3곳에 집중돼있다.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마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관악구 등엔 아예 물량이 없다.
이는 SH공사의 매입임대 축소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매입임대는 매도자가 신규로 건설할 주택을 SH공사가 약정 후 매입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2021년에 5095가구, 2022년엔 4661가구씩 매입 약정을 했는데, 지난해엔 1572가구로 전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당시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집값이 폭등할 때 매입하면 집값 상승분을 민간 건설업자들이 다 가져간다”며 매입임대사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공급부족과 소형평형 등 단점으로 인해 주변시세의 30~70%라는 저렴한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신생아 가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SH공사가 앞서 공급한 ‘신생아 전세임대주택’의 모집 결과를 보면 원인은 더욱 명확해진다. 신생아 매입임대와 동시에 모집한 신생아 전세임대는 500가구 모집에 총 260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다.
전세임대주택은 소비자가 거주를 원하는 주택을 직접 찾으면 SH공사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입주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전용면적 85㎡ 이하면 아파트, 비아파트 구분 없이 모든 유형의 주택이 가능하고, 입지 역시 서울 어디든 무관하다.
매입임대만큼 저렴한 임대료는 아니지만, 원하는 지역과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신생아 가구가 몰린 것으로 관측된다.
SH공사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로부터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의 경우 SH공사가 지역과 주택유형을 고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추후 더욱 다양한 주택이 추가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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