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세월보다 강한 기억…보도사진으로 돌아보는 세월호 10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
“과거를 기억 못 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였던 조지 산타야나의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고 단재 신채호 선생도 비슷한 말을 했다. 10년이 지난 얘기들을 왜 되짚어 또다시 생채기를 내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취재 보도된 사진을 중심으로 참사에 대한 관심과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를 4월 12일부터 28일(일)까지 ‘인사동 아르떼숲갤러리’에서, 5월 1일부터 31일(금)까지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각각 개최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4·16 연대에서 이번 행사를 주최한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겸 세월호10주기 공동집행위원장을 만나 사진전의 의미 등에 관해 들었다.
이번 행사의 의미를 묻는 말에 박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에서 너무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다른 그 어떤 재난 참사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참사의 시작부터 구조 과정과 이후까지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며 참사 피해자는 물론이고, 그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모든 사람의 감정 상태까지 고스란히 기억된 사건이다. 그날의 악몽 같은 기억은 그냥 지워지는 게 아니라 아직도 유지가 되고 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재현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며 “어떤 것들은 개인적인 기억이 되었고, 어떤 것들은 사회적인 기억이 되었다. 과거 10년 전에 있었던 그 참사의 기억을 소환해서 당시 우리가 어땠는지 왜 분노하고 슬퍼했는지 그래서 그 애도의 감정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었는지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두 가지 특별전시를 기획했다. 안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은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참사 이전에 사용했던 물품을 전시하는 내용인데 물품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전시라면 또 하나는 이달 12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리는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억은 힘이 세지’ 보도사진전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이 시점에 다시 아픈 상처를 소환하는 이유를 물었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가 참사를 대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70년 동안 재난 참사를 대하는 태도는 빨리 보상해 주고 빨리 장례 치르게 하고, 안 보이는 이상한 곳에 위령탑 하나 세워주고 그리고선 약속했던 걸 흐지부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월호는 처음부터 보상 문제를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먼저 주장했고, 그걸 통해서 안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그래서 세월호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정치인들도 어쩔 수 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 최초로 재난에 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만들고, 국가기구가 3번이나 조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결과를 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호참사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40여개 단체와 해외에도 20여개의 단체가 상시로 활동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잘 보존되었기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우리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적으로 볼 때,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멀어질 때 이태원 참사 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 만약 세월호가 처음부터 참사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고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만들어 시행했다면 그런 참사가 일어났겠는가? 우리가 기억한다는 것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가 아니라 참사의 진실을 통해 사회 변화까지로 이어지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번 행사는 그런 힘들을 다시 한 번 모아보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보도사진전의 기획은 언제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한겨레신문을 비롯해 경향신문, 민중의소리,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진보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이 10년 동안 취재했던 수 만장의 보도사진 중에서 168장을 골랐다. 참사가 발생한 2014년부터 10년 동안 각 언론사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게재한 기사 횟수를 계산해 비율에 맞춰 연도별로 배치했다. 이번 사진전은 보도사진의 내용으로도 10년의 역사를 볼 수 있지만, 연도별로 배치해 언론사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는지 흐름을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관련 사진은 전부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며 보내준 백여장의 사진으로 안타까운 부분을 다소나마 채우려고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 작품 중에서 특별히 기억되는 사진이 있는지 물었다. “세월호 참사 10년 동안 눈물 나는 장면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중에도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년,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에서 어렵게 통과가 되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차일피일 시행령을 미루다, 본 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을 3월 말 발표했다. 유가족들이 원코드 시행령을 폐기하고 선체 인양 약속 등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정부는 3일 뒤 보상 발표를 해 버렸다. 보상발표 뒤에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은 시체팔이 한다는 등 온갖 모욕을 주며 유가족들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주었다. 분노한 유가족들이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 영정을 들고 광화문까지 1박 2일간 걸어서 행진했다. 비가 내렸는데 삭발한 어머니들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활짝 핀 벚꽃 사이를 걸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잠시 숨을 고른 그의 눈이 떨렸다.
“애초에 10주기 행사는 4월 16일에 맞춰, 한 달 전부터 시민 행진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추모행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겹치면서 여러모로 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 10주기 시민위원 1만 명 모집도 지난해 말부터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천명 정도만 모인 상태다. 6월 말 국제포럼 등 다양한 행사도 예정 중인데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시민의 관심과 더불어 시민위원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 https://10thcyclecommittee.org/commit_info.php).”며 간곡히 호소했다.
글·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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