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너무도 완벽한 신인', 필승조 충격 2군행→'ERA 1.17+삼진머신' 황준서가 있다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2024. 4.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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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황준서가 10일 두산 베어스전 4회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의 필승조 좌투수 김범수(29)가 1군 엔트리에서 사라졌다. 최근 2경기 아웃카운트 하나도 쉽게 잡아내지 못한 게 뼈아팠다. 당분간 퓨처스(2군)리그에서 자신감과 밸런스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김범수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우투수 김규연이 그를 대신해 투수 엔트리 한 자리를 채웠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최근에 조금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김범수는 팀이 3-2로 앞서가던 7회말 1사 1,2루에 등판했다. 좌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한 원포인트 릴리프였다. 그러나 결과는 악수가 됐다. 김범수의 속구에 김재환은 결대로 밀어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5-3으로 역전하는 한 방. 경기는 결국 그렇게 마무리됐다.

최 감독은 "(김)재환이가 그전부터 좌투수에 약했고 또 (김)범수가 올해는 표본이 적지만 작년까지는 좌타자에게 강점이 있었다. (김재환과) 상대전적에서도 최근 3년 기록이 워낙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민우가 준비 중이었지만 그 전에 좌타자 김재환을 잡아내고 더 부담 없는 상황에서 올리려는 계획이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최 감독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며 "일단은 우리 투수들의 갖고 있는 장점들과 상대 라인업을 고려해 가장 승산이 있다고 하는 투수를 적절한 구간에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범수가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7회말 투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좌투수라는 점에서 올 시즌 전체 1순위 황준서에게 시선이 간다. 당초 황준서는 1군에서 선발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좌투수로서 최고 시속 150㎞ 가까운 공을 뿌리고 완성도 높은 스플리터를 던져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의 합류와 김민우가 워낙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우선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생각보다 빠르게 기회를 잡았다. 김민우가 담 증세를 보였고 황준서가 임시 선발로 이 자리를 메웠다. 지난달 31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1실점 5탈삼진 호투를 펼치며 데뷔 첫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이는 2006년 류현진 이후 무려 18년 만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빼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는 김민우에게 더 기회를 주기로 했고 황준서는 불펜에 남아 지난 6일 키움 히어로즈전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최원호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다만 등판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선발 수업을 받은 선수이기에 선발 투수가 빨리 무너질 경우에 1+1 개념으로 활용을 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등판 일정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불펜의 좌투수 김범수가 빠져 나갔고 황준서가 이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그럴 수도 있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다만 계속 그 자리를 맡기겠다는 뜻은 아니다. 최 감독은 "어제 (이)민우도 (한)승혁이도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며 "다른 팀이면 모르겠는데 이 시리즈에선 같은 팀이다보니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다른 선수들을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준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 이글스 투수 황준서가 10일 두산 베어스전 4회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황준서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황준서는 이날도 문동주가 1회부터 5실점하며 흔들리자 일찌감치 불펜에 등장해 몸을 풀었다.

문동주가 2,3회 안정을 찾으며 등판이 보류됐지만 4회 다시 1점을 내주자 황준서가 투입됐다. 1사 1루 위기에 등판한 슈퍼루키는 1루 주자 정수빈이 신경이 쓰이는 듯 몇 차례 견제를 펼쳤고 결국 2루 도루를 허용했다. 이내 허경민에겐 볼넷을 허용했다. 양의지에게 빗맞은 뜬공을 유도했으나 2루수와 중견수 사이 절묘한 곳에 떨어지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괴물 신인은 달랐다. 전날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날렸던 김재환을 맞아 3구 연속 볼을 기록했지만 연속 속구로 카운트를 잡더니 결정구를 스플리터로 택했다. 베테랑 포수 이재원의 사인에 당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본인이 택한 구종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고 김재환의 몸쪽으로 날아든 스플리터는 뚝 떨어지며 김재환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어 양석환이 타석에 섰다. 올 시즌 부진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21홈런을 날린 우타 거포는 충분히 부담스러울만 했다. 그럼에도 황준서는 스플리터 2개로 볼카운트를 0-2로 만들더니 시속 145㎞ 몸쪽 낮은 속구로 허를 찔렀다. 양석환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위기를 막아내며 불펜 투수로서 가능성을 발견한 인상적인 투구였다. 최원호 감독은 5회 황준서 대신 박상원을 올려보냈다. 기존과 같이 롱릴리프와 같은 역할을 맡길 것이라면 문동주의 조기강판 속 2,3이닝을 맡길 수 있었지만 이른 시점에 다시 등판시켜 김범수와 같은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읽어볼 수 있는 교체였다.

3경기에서 7⅔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ERA 1.17. 선발승도, 멀티이닝도, 위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좌완. 특히나 이닝당 하나 이상의 9이닝당 탈삼진 10.57이라는 압도적인 능력을 뽐내고 있다. 확실한 결정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불펜으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한화 이글스 투수 황준서가 10일 두산 베어스전 4회말 구원 등판해 야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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