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이라도 모아”···우크라 ‘안보 패키지’ 막히자 자구책 마련하는 바이든 행정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시스템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제공하기 위해 1억3800만달러(약 1868억원) 규모의 긴급 해외군사판매(FMS)를 승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로부터 압류한 무기도 최근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614억달러(약 83조원) 규모 ‘안보 패키지’ 예산안이 6개월 가까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무기 부족에 시달리자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방안이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호크 대공 미사일 시스템 수리 부품 등을 제공하기 위해 긴급 대외군사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대외군사판매 계획을 담은 문서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과 공중전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대외군사판매란 미 국방안보협력국의 조율을 통해 해외 정부에 미제 무기나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파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요격할 수 있는 호크 미사일을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해왔다.
같은 날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로부터 압류한 소형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무기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후티 반군으로 이송되던 선박 네 척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군이 2021년 5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압수한 것이다.
CENTCOM은 엑스(옛 트위터)에 “지난 4일 미국 정부는 5000정 이상의 AK-47 소총, 기관총, 저격 소총, 휴대용 대전차 로켓포 RPG-7과 50만 발이 넘는 7.62㎜ 탄약을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면서 “이들 무기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20일 의회에 제출된 ‘안보 패키지’ 예산안이 계류돼있는 동안 미국은 행정부 권한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자구책을 하나둘 꺼내 들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국방부 장비 교체 계약 비용을 절감해 자체적으로 조달한 재원으로 마련한 3억달러(약 3943억원)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긴급안보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은 무기 지원이 시급하다며 미국을 재촉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실린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의 무기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의 비행장, 에너지 시설, 전략적 목표물 등에 대한 반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올해 우크라이나에 최대 25억파운드(약 8조6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교장관은 지난 5일 엑스(옛 트위터)에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돈을 내놨고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310억유로(약 45조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EU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집행 규모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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