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전소니, 데뷔 7년만 넷플릭스+연니버스 입성 "두려웠지만…" [인터뷰M]
배우 전소니가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에 입성했다.
전소니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극본 연상호 류용재, 연출 연상호)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전소니는 극 중 기생생물에게 감염된 정수인 역을 맡았다. 자신의 뇌를 빼앗는 것에 실패한 기생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 인물이다.
그간 드라마 '남자친구', '화양연화', '청춘월담' 등 멜로 연기를 주로 선보여 왔던 전소니는 '기생수: 더 그레이'로 크리처물이라는 신선한 장르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런 연기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보실지 조마조마했다. 반응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됐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뻤고, '재밌게 봤다'는 말이 많았는데, 이 말이 이렇게 기분 좋은 말인지 몰랐다. 너무 좋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주변에서는 나랑 같이 (작품을) 결정하시는 분들도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던 게 이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인상이 되게 강렬하지 않나. '수인이나 하이디로 기억되는 게 괜찮은가?' 라는 고민을 하신 것 같다. 근데 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되게 무딘 편이다. 내가 작품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오든 뭐가 됐든 재밌다. 이 작품이 아니면 이런 외양은 쉽게 못한다. 그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았고 멋지고 박력 있고 남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욕심났다"라며 '기생수: 더 그레이'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들려줬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OTT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전소니는 "글로벌로 릴리즈 되는 게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서 너무 신기하다. 해외에 살고 있는 내 친구들한테 연락이 오고 있다. 수치만으로 알 수 없는 반응들을 친구들이 알려주고 있는데 모두 '재밌다' '반응이 좋다'라고 이야기해줘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전소니는 작품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수인과 하이디 역을 동시에 연기하는 줄 몰랐다고. 전소니는 "사실 '기생수'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대가 됐다. 나도 원작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디가 어떻게 구현될지 정확히 듣기 전까지는 '하이디를 연기할 성우와 어떤 케미를 선보일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여자일까 남자일까? 나이가 어릴까 많을까?' 생각했었는데 내가 하이디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두렵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이디에 대한 첫인상이 목소리가 불편했으면 좋겠더라. 친절한 안내원 톤이라든가 성인의 모습을 하는 나이지만 인간의 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지 않았나 싶었다. 조금 불편한 톤으로 연기하고 싶어서 연상호 감독님께 몇 가지 목소리를 들려드렸는데 피드백을 주시더라. 조금 더 크게 생각했을 때 기생생물로 등장하는 건 나 하나뿐이 아니라 여러 명이 등장하니까 기생생물 간의 공통점은 어느 정도 갖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기생생물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 들려주셨고 그렇게 감독님의 리드에 따라갔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소니는 "수인이를 연기할 때는 현실감 있는 인물로 연기하고 싶었다. 매일 마트에 출근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인물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수인과 하이디가 점점 멀어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전소니는 "재밌었던 점이 수인이는 하이디가 들어오기 전까지 삶이 감사하거나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냥 살아있으니 산다는 느낌이 수인에게서 가장 큰 키워드였다. 어떤 것에도 의욕과 애정이 없이, 살아있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정확히 어디서 들은 건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자기를 위할 때보다 남을 지킬 때 더 초인적이 힘이 나온다고 하더라. 그 부분을 수인에게서 발견했다. 그동안 수인이는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없었고, 자신의 힘을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인물이다. 수인이 스스로는 불행하다고 느꼈겠지만 강제로라도 강우(구교환), 철민(권해효)과 관계를 맺으면서 유대관계도 처음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 애정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본 전소니. 그는 "너무 즐거웠다. 배우들이 연상호 감독의 현장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만 했지 그 이유는 몰랐다. 들어보니 그 이유가 '일찍 퇴근해서'라고 하더라. 사실 난 현장을 좋아해서 일찍 퇴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근데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니 그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퇴근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좋은 것이었다. 열심히 촬영하고 퇴근하면 집 가는 길에 오히려 힘이 넘칠 정도였다"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가장 길게 호흡을 맞춘 강우 역의 구교환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전소니는 "내가 하이디 같은 역할을 연기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지 막막했다. 그때 친하지도 않은 구교환 선배한테 '만약 감독님이 별다른 요구를 안 하시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선배가 엄청 멋있는 말로 나를 안심시켜 주더라. 정말 멋진 말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면서 "감독님은 디렉팅이 필요한 순간에 들어오시니까 그냥 걱정하지 말고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이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교환 선배의 애드리브는 어디서부터 대사고 애드리브인지 눈치를 못 채겠더라. 내가 봤을 땐 선배의 애드리브는 다 계산된 것 같다. 극 중 메리를 찾는 장면에서 갑자기 촬영이 들어갔는데 메리를 찾는데 그 상황에서 내가 웃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이후부터 애드리브가 나오면 나도 컷 되지 않게 버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말하며 웃음 지어 보였다.
전소니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멜로무비'다. 차기작과 관련해 그는 "이나은 작가님의 작품을 너무 좋아했고 꼭 작가님의 작품을 연기하고 싶었다. 우연히 미팅할 기회가 있어서 만났는데 너무 설렜고 좋았다. 작가님의 대사를 내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라며 "지금 너무 재밌게 촬영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간 했던 작품이 내 나이대, 내 시대에 살아있는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다. 과거로 간다든가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역할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나와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에 전소니는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다른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러겠지 뭐'가 아니라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다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2017년 영화 '여자들'로 정식 데뷔해 이제 데뷔 7년 차가 된 전소니는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 넷플릭스 그리고 연니버스에 입성했다. 각종 드라마,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온 전소니는 그간 연기력이 몰입도를 저하시켰다는 평을 받아와 이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나아진 연기력을 선보이며 '미스 캐스팅' 의혹을 지울까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다소 아쉬운 연기를 펼쳐냈다. 다만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 막막하고 어려웠을 터. 그러나 연출자와 배우, 스태프들에게 물어가며 최선을 다한 그다. 차기작 '멜로무비'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펼칠지 주목된다.
iMBC 장다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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