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적자 심각한데 의료계 내분…의정 대화 총선 이후 '안갯속'
의료계 내분으로 의정 대화 국면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오는 12일 예정됐던 의사단체 합동기자회견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측 이견으로 연기됐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임현택 회장 당선인 간 불화까지 불거졌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과 관련한 입장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대형병원의 운영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어 환자 피해가 더 커질까 우려된다.
10일 의협 비대위는 "현재 정부와 어떠한 협상 계획도 없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 면담 이후 의료계 일부에선 현 의협 비대위가 마치 5월이 되기 전 정부와 물밑 협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졸속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선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임 의협회장 당선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협회장 인수위 측에서 회장 당선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갑자기 언론에 내보내고, 당선인은 비대위의 해산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당선인은 왜 (비대위) 내부 회의나 단체 대화방에선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고, 외부 언론에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의협) 인수위와 당선인이 비대위가 마치 정부와 물밑 협상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험한 표현까지 하면서 비대위를 언론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대위는 앞으로 현재의 단일대오를 흔들고, 비대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내부 갈등이 악화하면서 총선 이후 의정 대화 기대감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의사단체가 총선 이후 합동기자회견을 열기로 예고하면서 정부가 원한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오는 12일 예고한 합동기자회견은 전공의 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불발됐다. 이어 의협 내부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의사단체 합동기자회견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임 의협회장 당선인이 오는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데, 의대 정원을 축소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강경파'로 분류돼 의정 갈등 양상이 더 고착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임 의협회장 당선인은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내부의 적"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날을 세웠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지 8주째에 접어든 전공의 사이에서도 정부와 대화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과 관련해 일부 협상의 여지를 내비쳤다. 지난 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미 (의대 정원을) 학교별로 배정해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릴 때 또 다른 혼란도 예상돼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 의정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의료대란 장기화는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미 전국 주요 병원의 운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라 의료대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일반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무급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 등 영향으로 전국의 주요 대학병원이 매일 많게는 10억원 이상 적자를 볼 정도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 뒤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의대교수)들도 업무 과중에 따른 한계를 호소하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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