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 뽑자”…4·10 총선 투표 행렬[현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전국의 투표소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권자들은 “싸우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뽑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투표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제5투표소인 상도1동 주민센터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유권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3살 아들을 유아차에 태우고 온 임필권씨(45)는 투표장 앞에서 아이와 함께 인증사진을 찍었다. 임씨는 “내 한 표로 세상이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결하는 동작을 지역구는 서울 내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그러나 시민들은 두 후보 사이에 차별화된 정책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학생 A씨(25)는 “정책보다 심판론만 부각되니 회의감이 들어 무효표를 던지는 것까지 고민하다가 나왔다”면서 “22대 국회는 정책에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송파병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송파구 가락본동 제1투표소 가락본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김지선씨(35)는 “지금 나온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적어도 공약을 한 건 지켰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수씨(49)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싸움인 것 같은데 후보들이 제대로 된 사람은 맞나 싶다”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복합적으로 심각한데 어느 쪽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길 바란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자영업자 안옥분씨(67)는 “생업으로 밥집을 운영하는데 물가가 너무 높은 탓에 어렵다”면서 “경제가 빨리 살아날 수 있도록 민생을 우선 살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로구 종로5·6가동 제1투표소인 효제초등학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0)는 “청년과 관련된 비전이나 정책은 제시되지 않은 선거였다”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더 듣고 반영하라는 마음에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관에 있는 제6투표소에서 만난 장모씨(36)는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고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 다행”이라면서도 “한편으론 투표율이 저조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대구 달서구 주민 김모씨(29)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보다 무효표를 던져 정치권에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끊긴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파로호 동촌1·2리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와 투표에 참여했다. 추자도·우도·비양도 등 제주의 부속섬에서도 선거 열기가 줄을 이었다.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유권자들은 배를 타고 투표를 하러 가다 바다에서 발이 묶일 뻔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소동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26분쯤 전주시 덕진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투표 과정을 인터넷으로 방송해 경찰에 붙잡혔다. 오전 7시20분쯤 광주 광산구 수완동 제3투표소 앞 도로에서는 누군가 투표소를 촬영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오전 6시50분쯤 광주 동구 계림2동 제1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훼손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투표소를 잘못 찾아오거나,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사례 등이 다수 발생했다.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투표가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이모씨(23)는 “투표용지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길어 받자마자 당황했다”면서 “몇 번 접어야 하는지 고민됐다”고 했다. 이번 비례대표 정당은 38개로,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51.7㎝에 달한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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