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세요?” 문동주-김광현-구자욱이 광고 모델이 된 사연, 야구 산업 선순환 모범 사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제는 KBO리그 최고의 영건 에이스가 된 문동주(21·한화)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소개된다. 어린 시절의 문동주는 또래들보다 많이 작고 어깨 힘도 약했다고 했다. 그래서 야구가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지만 문동주는 “야구를 하면서 매일 잘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고, 그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텼다. 그러던 어느 해, 갑자기 14㎝가 훌쩍 자라며 또래들보다 더 건장한 체격이 됐고,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게 됐고, 그 공은 지난해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시속 161㎞(비공인)까지 빨라졌다.
문동주는 “야구와 나는 닮았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어린 시절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한 꼬마가 이제는 한국 야구를 이끌 대들보로 성장했다. 꼴찌 팀도 1등 팀을 언제든지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다. 그게 닮았다. 그런 사연을 소개한 문동주는 “야구, 좋아하세요?”라고 팬들에게 되물으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는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 속에 유튜브상에서 벌써 25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린 이 광고는 누가 제작했을까. 한화 이글스일까, KBO리그일까. 모두 아니다. 광고 거의 내내 아무런 브랜드가 등장하지 않는데 알고 보면 상업 광고다. KBO리그 1등 게임인 컴투스프로야구가 제작했다. 광고는 보통 자사의 상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다. 그런데 이 광고의 경우 게임로고와 게임 소개 화면이 마지막 몇 초 정도 소개되고 그친다. 유심히 보지 않거나, 중간까지만 보면 어떤 광고인지 잘 모른다. 굉장히 특이하다.
문동주만 광고를 제작한 게 아니다. 컴투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개막편 1편, 선수편 3편, 그리고 구단편 9편 모두 13편을 제작해 현재 각 방송사와 인터넷에 광고하고 있다. 특히 선수편에는 문동주를 비롯, 김광현(36·SSG)과 구자욱(31·삼성)의 스토리를 진솔하게 담아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냈다. 광고 같지 않으면서 팬들의 감성을 잘 만져줬다는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컴투스가 지금까지 광고의 방향성과 다른 광고를 제작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KBO리그, 그리고 프로야구 팬들과 공생에 주목했다. 컴투스도 예전에는 다른 업체와 같이 자사의 게임성을 부각시킨 광고를 많이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보기로 했다. 물론 야구 게임 소개로 끝이 나기는 하지만, 팬들이 사랑하는 야구와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의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둬보기로 결정했다.
컴투스 관계자는 “비시즌 동안 잠시 잊었던 야구를 개막에 맞춰 최대한 매력적으로 팬분들에게 다시 상기시키고, 선수들의 숨은 노력과 성과들을 조명해 리스펙 받는 것이 우리 브랜드도 같이 사랑 받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야구 팬들이 많아져야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많아진다. 우리가 야구 게임으로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브랜드니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계획을 했다”고 말했다. 야구 게임이 잘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프로야구가 잘 되어야 하고, 그 프로야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선수들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대전제 속에서 접근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접근하는 것이라 공도 많이 들였다.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11월에 대행사를 선정했고, 선수와 계약한 뒤 12월부터 기획에 들어갔다. 1월에 촬영을 했고 선수들과 피드백을 통해 내용을 가다듬은 뒤 2월에 편집을 마쳐 3월 야구 개막에 앞서 광고가 전파를 탔다. 컴투스 관계자는 “한 두 달 동안 콘티를 계속 피드백하고 선수 히스토리 조사도 계속했다. 스토리보드가 나온 뒤 선수에게 허가를 받았고 이후 촬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급조한 광고가 아닌, 지난 시즌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했기에 좋은 퀄리티의 광고가 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윈윈이다. 우선 상업 광고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 선수들부터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많은 선수들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광고를 자발적으로 올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구단들도 선수 영상을 아낌없이 제공하는 등 적극 지원했다. 상업 광고처럼 보이지 않았고, 소속 선수의 좋은 이야기를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 광고가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졌다.
마냥 남 좋은 일만 한 것 같은 광고지만 컴투스도 성공적이라는 내부 평가를 내놓고 있다. 15~30초짜리 광고에서 게임 내용은 단 3초에 불과하지만, 이 광고를 통해 시장점유율이 더 확대됐다는 자체 분석을 내리고 있다.
KBO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야구 산업화다. 이제 더 이상 경기장 내에서 나오는 수익에만 만족할 수 없다.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더 많은 사업을 벌여야 한다. 게임 산업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매년 야구 팬들이 야구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게임을 만드는 업체가 선수 본연의 콘텐츠에 주목하고 또 그것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건 반가운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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