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급차 시장 '귀한 손님' 여성 고객 모시기 경쟁...문화 체험·전시부터 모터스포츠 교육까지[CarTalk]

나주예 2024. 4. 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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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시장에서 여성 고객 비중 확대
여성 대상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케팅
서울 강남구 레스파스 에트나에서 지난달 15일 열린 볼보 레이디스 데이(Volvo Ladies Day) 행사장.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여성 고객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고 긍정 에너지를 확산했으면 합니다.
정은하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케팅 총괄부장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레스파스 에트나에서 열린 '볼보 레이디스 데이(Volvo Ladies Day)' 행사장에 들어서자 봄 향기를 물씬 풍기는 꽃들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 당신에게 영감을 준다(Discovering me, Inspiring you)'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행사를 기획한 정은하 볼보자동차코리아 마케팅 총괄부장은 "여성 고객들을 모시고 차량 판매에만 몰두하기보다 여성들이 긍정적 삶의 에너지와 영감을 공유하고 삶 속의 관계를 통해 경험을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볼보자동차가 2022년부터 해마다 여는 '볼보 레이디스 살롱'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이벤트다. 올해 행사에선 200명의 여성들이 참여해 '나'를 탐구하는 여정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 삶의 에너지와 영감을 공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오후의 '인스퍼레이션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행사 참가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저마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한편 볼보자동차 글로벌 마케팅 총괄(CMO)인 그레첸 세그-플레밍(Gretchen Saegh-Fleming)이 참여해 여성들에게 에너지를 전파하고 서로를 지지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기를 독려한다는 내용의 오프닝 스피치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볼보자동차 차주 김상민(47)씨는 "볼보자동차는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차량을 제작하고 친환경적 측면에서 여성들이 눈여겨보는 브랜드"라며 "다른 여성들과 의미 있고 긍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레스파스 에트나에서 열린 볼보 레이디스 데이(Volvo Ladies Day) 행사장. 나주예 기자

자동차는 남성 소비자 전유물?…새 마케팅 공략층 부상한 여성 드라이버

벤틀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페어 2024는 벤틀리서울과 현대백화점이 함께 진행하는 행사로,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라는 주제로 현대백화점에 입점 중인 대표 럭셔리 브랜드들이 벤틀리 타워에 부티크 팝업을 설치해 쇼핑과 브랜드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럭셔리 팝업 페어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고객들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여성 운전자 및 차주들을 공략하기 위해 자동차 브랜드들이 종횡무진하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2016년부터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기 위해 여성 장타 골프대회인 '렉서스 레이디스 롱드라이브 챔피언십'을 해마다 열고 있다. 지난해 열린 대회에선 전국 골프존 스크린골프 시스템 설치 매장에서 예선을 거친 아마추어 여성 골퍼 중 상위 총 31명이 참석해 장타 여왕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나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이라며 "해마다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올해 행사 일정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수입사들이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이벤트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수입 승용차 중 여성이 구매한 비율은 20.4%로 2019년(19.8%)부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반면 남성 비중은 39.8%로, 2019년 43%에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타이어가 주최한 'FIA 걸스 온 트랙' 행사 모습. 한국타이어 제공

특히 고급차 브랜드에서도 여성 개인 소비자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포르쉐는 지난해 여성 개인 소비자 비중이 13.2%에 달해 전년(10.6%)보다 크게 상승했다. 롤스로이스 또한 2022년 여성 비중은 0.8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45%로 높아졌다.

한 대당 수억 원 하는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기준 개인 명의 등록 차량 194대 중 65대가 여성 운전자 소유다. 약 33%로, 3대 중 1대꼴이 여성 차주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벤틀리 차량이 고성능 모델인데도 여성 차주들의 선호도가 높아 더 이상 남성향 브랜드는 아니"라며 "실제 여성 오너 비중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구매자는 남성이더라도 운전자가 아내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을 공략해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동안 마련한 '벤틀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페어 2024'에서 라이프스타일 및 여성 브랜드들이 주최하는 패션 코디, 향수 스타일링 클래스 이벤트를 마련해 여성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일부 자동차 행사에서는 여성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세계 최고 전기차 레이싱 대회 'ABB FIA 포뮬러 E 월드 챔피언십'을 진행하며 글로벌 여성 참여 프로그램 'FIA 걸스 온 트랙'을 개최했다. FIA 걸스 온 트랙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여성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캠페인으로 2019년부터 약 1,800명의 10대 여성들에게 강연 및 교육,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부터 프리젠팅 파트너로 참가하면서 여성의 모터스포츠 참여를 통해 글로벌 모터스포츠 분야의 저변을 넓히고 지속 가능성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자동차 부문에서도 여성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경제력 증가 등 여성의 지위 변화로 자동차 시장 내에서도 마케팅 전략에 있어 적지 않은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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