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몰린 네타냐후 “라파 공격” 언급, 허세인가 진짜인가

김서영 기자 2024. 4. 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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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고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 날짜를 잡았다”고 말한 것이 과연 진심인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측에선 이 발언이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허세라는 평가도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N·AFP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날짜를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 예정된) 양국 회담 전에 (이스라엘이) 어떠한 행동도 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라파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블링컨 장관은 라파에서 지상 작전을 펼칠 경우 “민간인에게 극도로 위험하다”는 입장을 다음주 회담에서 전하겠다고 덧붙엿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네타냐후 총리가 날짜를 잡았다고 해도 우리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 8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할 때 바이든 행정부 내에선 라파를 공격할 날짜를 잡았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허세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CNN은 보도했다. 자국 내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를 붙잡기 위해 일부러 센 발언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현 이스라엘 연립정권에선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라파 지상전을 포기하면 연정을 중단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해당 발언이 휴전 협상에서 상대를 압박하려는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8일 네타냐후 총리는 “승리를 위해선 라파에 진입해 테러리스트를 제거해야 한다.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 날짜도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격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사람들이 전쟁으로 숨진 이들이 매장된 공동묘지를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피난민이 몰려들며 라파 인구는 현재 140만~150만명에 달한다. 인구 밀도도 극심하게 높아졌으며 이미 인도주의적 재앙에 처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선 라파 진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으나 라파에서 지상 작전을 전개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피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라파 지상전을 반대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살해된 이후 여론은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이 먼저 하마스에 휴전을 제의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미국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그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나는 이스라엘이 휴전을 요구하고 향후 6주, 8주 동안 모든 식량과 의약품에 대한 완전한 접근(가자지구 공급)을 허용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의 책임이 하마스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휴전 협상은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미국 측은 6주간 휴전, 이스라엘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 교환, 가자지구 남부 피란민 북부 복귀 등을 골자로 하는 새 중재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쪽에선 라파 지상전을 언급하며 협상 전망을 어둡게 했다. 하마스는 9일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비협조적’이라며 “우리의 요구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제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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