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러 가니 화려한 샹들리에가”···웨딩홀·헬스장 등 ‘이색 투표소’ 눈길

채민석 기자 2024. 4. 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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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제5동 제1투표소, 웨딩홀에 설치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 '셀카' 찍기도
관악구에서는 주차장에 투표소 다수 마련
공영 주차장 아닌 연립주택 주차장 쓰기도
웨딩홀에 마련된 서울 구로구 구로 제5동 제1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서울경제]

“예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조명도 화려해서 정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10일 오전 서울 구로역 인근의 한 웨딩홀.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에 설치된 기표소에 투표를 하러 온 시민들이 연신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화려하게 꾸며진 투표소가 신기한 듯 투표소를 배경으로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자가 자기 자신을 촬영하는 것)를 찍기도 했다. 투표소 앞에서는 구청 직원이 유권자들을 안내하고 있었고, 반대 쪽에서는 웨딩홀 직원들이 결혼 상담을 하러 온 고객에게 홀을 소개하고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해 구로구에 전입을 했다는 30대 박 모 씨는 “전에 살던 지역에서는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꾸며진 장소에서 투표를 하니 내가 가진 한 표가 정말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를 하러 온 60대 시민 강 모 씨는 “구로 토박이라 지난 선거 때도 이 곳에서 투표를 했는데,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의 구로 제3동 제7투표소의 모습. 입구에 설치된 꽃장식이 유권자들을 반기고 있다. 채민석 기자

해당 웨딩홀은 지난 2022년 치러진 제8회 지선과 제20대 대선때도 투표소로 활용됐다. 당초 인근 경로당에서 투표가 진행됐었지만, 장소가 협소해 비교적 다수의 인원의 출입이 용이한 웨딩홀을 투표소로 선정했다. 구청 관계자는 “경로당은 좁아서 시민들이 줄도 길게 서야하는 등 진행이 어려웠던 탓에 웨딩홀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이 곳에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며 “간혹 ‘이 곳이 투표소가 맞느냐’는 문의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웨딩홀 관계자는 “결혼식은 통상 주말에 진행되기 때문에 영업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라며 “간혹 상담을 왔다가 투표소가 설치된 모습을 보고 당황해 하는 고객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구로구 소재의 다른 웨딩홀의 VIP룸에 마련된 구로 제3동 제7투표소는 출입구에서부터 흰색 꽃장식이 유권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연회장에서는 오는 주말에 진행될 예식과 관련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투표를 하러 건물에 들어서던 일부 시민들은 안내원에게 몇번이고 “이 곳이 투표소가 맞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10일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마련된 행운동제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모든 사진은 선관위 및 해당 투표소 내 참관인들의 승인 하에 촬영되었음). 장형임기자

서울 관악구 행운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주차장에 자동차 대신 시민들이 줄줄이 들어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행운동제2투표소가 다세대주택 로즈빌 1층 주차장에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 곳의 투표사무원인 A씨는 "관악구에 20년 간 살면서 투표사무원만 10번 넘게 했지만 주차장에서 한 것은 처음이다. 나도 신기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차량이 모두 빠진 빈 주차장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신 모(30)씨는 “주차장 투표는 처음이지만 괜찮은 것 같다”면서 경로당이나 주민센터, 초·중·고교 강당 등과 다를 바가 없다는 소감을 전했다.

10일 서울 관악구 서림동제5투표소가 마련된 제일성도교회 맞은편 지전연립주차장 1층에서 시민들이 줄 지어 입장하고 있다.장형임기자

서림동 제5투표소 역시 지전연립주차장 1층에 설치됐다. 일반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영 주차장이 아닌 '연립주택' 주차장의 경우 관악구에서 이 곳이 유일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낮 12시께 제5투표소 역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선거사무원 B씨는 "12시 기준으로 서림동 내 투표소 5곳 중에 여기가 제일 투표율이 높다"면서 "800명 넘게 다녀갔고 건물 바로 위층에 사는 주민들도 투표를 하고 바로 올라가셨다"고 전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언니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조 모(29)씨는 "그동안 늘 주민센터나 경로당 같은 곳에서 투표해왔다"면서 "지도에 검색해보니 '제일성도교회'도 아니고 '교회 건너편'이라고 써있어서 언니와 '신기하다', '여기 맞아?' 라는 얘기를 하면서 왔다"고 전했다. 이날 조씨 뿐만 아니라 지도와 투표소를 번갈아 보며 걸어오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관악구로 이사온 지 1년차라는 최 모(28)씨 역시 "주차장에서 투표는 처음"이라며 "동네 한복판 경사길에 위치한지라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려면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게이트볼장, 의용소방대 건물, 헬스장, 탁구장, 자동차 대리점, 야구훈련장, 미용실습실 등 이색 투표소들이 설치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익숙한 새마을금고나 농협 등 은행 일부도 투표소로 옷을 갈아입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13분 기준 전국 투표율은 53.4%(사전투표 합산)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전라남도가 59.6%로 가장 높았으며, 대구광역시가 49.9%로 가장 낮았다. 서울에서는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펼치고 있는 동작구가 57%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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