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경기력’ KCC, 그들이 남긴 6강 PO ‘흔적들’
부산 KCC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4강에 진출했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양 팀 대결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적어도 4차전이 예상되었다. SK는 조직력에, KCC는 폭발력에서 장점이 존재했기 때문. 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완전 달랐다. 다소 충격적인 과정과 함께 결과는 KCC의 3-0 스윕 승이었다.
서울 학생체육관 적지에서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부산을 찾은 KCC는 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4 정관장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SK를 97-77로 승리하며 시리즈가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팀들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모아졌고, 명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일전이었다.
KCC가 시작부터 SK를 압도했다. 양 팀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렀고, KCC가 102-73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경기였다. 점검과 실험이 키워드인 경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 경기는 결과적으로 이번 시리즈 결과 예고편이 되었다. KCC는 이날 보여준 폭풍같은 공격력을 세 경기 동안 가져가며 SK를 압도한 것. 게임 후 전희철 감독은 ”플옵에서 필요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지만, 변수가 작용하며 시리즈를 내줘야 했다.
1쿼터, KCC가 19-18로 단 1점을 앞섰다. 어쩌면 이번 시리즈 12쿼터 동안 ‘팽팽함’을 느낄 수 있던 유일한 10분이었다. 2쿼터 KCC 25-13으로 앞섰다. 흐름이 갈린 쿼터였다. KCC는 송교창, 허웅을 중심으로 한 더블 스쿼드를 가동했고, 2쿼터 트랜지션 싸움에서 앞서면서 분위기를 거머쥐었다.
1쿼터에는 라건아와 이승현에 더해진 헬프 디펜스를 통해 인사이드에 견고함을 부여, 자밀 워니 스텝을 최소화시키면서 동시에 실점도 줄이는데 성공했다. 2쿼터에는 존슨과 최준용, 송교창으로 인사이드를 구성, 트랜지션을 최대화시키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SK는 이상하리 만큼 활동량과 에너지 레벨은 느낄 수 없었다. SK 특유의 집중력과 단단함이 좀처럼 경기에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 9점차 리드를 내주었다.
3쿼터, SK 반전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예상과 현실과 달랐다. 3쿼터 스코어 20-11. KCC가 공수에서 조화로움과 이타심이 결합되며 9점차 리드를 가져갔다. SK는 좀처럼 그들이 해내거나 필요했던 멘털리티를 회복하지 못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난 순간이었다. 양 팀 전력상 18점차 간격은 승패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박빙으로 예상되었던 시리즈 1차전은 4쿼터에도 별다른 변화없이 KCC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승기를 잡은 KCC는 4쿼터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SK를 몰아부쳤고, 18점차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허웅과 송교창을 중심으로 한 더블 스쿼드의 밸런스, 최준용과 라건아 그리고 존슨이 보여준 이타심에 더해진 활동량이 KCC 대승의 원동력이 된 경기였다. 게임 전 전창진 감독이 강조해했던 부분, KCC가 슈퍼팀으로 가기 위해 정규리그 내내 강조했던 키워드가 경기에 적용되며 거둔 의미 가득한 승리였다.
적지에서 1승을 따낸 KCC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예상을 훨씬 빗나가는 경기력 속에 첫 경기를 내준 SK에게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렇게 2차전은 시작되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오재현을 키맨으로 삼은 SK 전략이 경기에 성공적으로 적용되며 접전을 펼쳤다. KCC 역시 1차전 승리 방정식을 그대로 경기에 풀어내며 대등한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전은 KCC가 46-44, 단 2점만 앞섰다. 집중력과 투지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SK가 KCC 상승세와 ‘맞짱’을 뜬 결과였다. 경기 내용도 깔끔했다. 양 팀 합계 100점이 나온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고품질 경기력을 남긴 20분이었다.
3쿼터에도 양 팀은 좋은 흐름 속에 접전을 이어갔다. 경기 후반, 이번 시리즈 최고 히트 상품인 KCC 에피스톨라가 변수를 만들었다. 두 개의 3점슛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팽팽했던 흐름을 KCC 쪽으로 가져온 것. 잠시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KCC는 어렵게 균형을 맞춰갔고, 경기 후반 터진 에피스톨라 3점슛 두 방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4쿼터 대폭발로 이어졌다. 쿼터 스코어 32-8에서 알 수 있듯이 KCC는 경기 재개와 함께 성공적인 트랜지션 바스켓 속에 계속 점수를 쌓아갔고, SK는 경기력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결국 승리는 KCC 몫이었다. 적지에서 2승을 거두며 4강 PO 진출 확률 100%를 잡아냈다.
9명 선수들의 효과적인 시간 분배로 4쿼터 집중력과 활동량을 유지할 수 있었고, 더해진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는 6라운드부터 그들의 강력함으로 자리잡은 트랜지션 바스켓으로 치환되며 승리했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둘러싼 신바람은 SK 수비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1차전에 이어진 밸런스와 집중력 그리고 신바람 농구는 2차전까지 집어삼키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3차전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SK 승리 확률을 ‘5%’ 정도로 잡았다. 오재현의 적지 않은 부상과 주전 선수들 컨디션 난조가 가장 큰 이유였다. 6라운드부터 조금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자밀 워니 역시 앞선 두 경기에서 기대했던 경기력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이 더해진 평가였다.
반면, KCC는 2연승으로 인해 이미 4강 플옵에 진출한 느낌으로 3차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유일한 적은 ‘방심’ 정도로 보였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시리즈를 두고 가져진 예상 중 어쩌면 유일하게 맞아 떨어진 일전이 되었다. 시작은 팽팽했다. 마지막에 몰린 SK 출발이 좋았다. 중반을 넘어서며 KCC가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결국 KCC가 21-16, 5점을 앞섰다.
2쿼터, KCC는 ‘방심 따위는 없다’라는 멘털리티와 결합된 트랜지션 바스켓을 통해 무려 40점을 몰아쳤다. SK 득점은 18점에 머물렀다. 전반전 종료 스코어 61-34, 무려 27점차 KCC 리드였다. KCC는 플옵 한 쿼터 최다 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승리에 가까이 다가섰다.
역시 승리의 원동력은 2쿼터 10분이었다. 그들이 결성되며 ‘슈퍼팀’이 된 이유를 설명하는 듯 했다. 공수에 걸쳐 모자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발상의 전환과 함께 전개되기 시작한 얼리 오펜스를 필두로 수비에서 보여진 조직력과 집중력까지. 완벽함 그 자체였다.
경기 후 전창진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를 세 경기로 끝내서 상당히 기분도 좋고, 여유가 생겼다. 선수들 고생 많이 했다. 플레이오프의 중요성을 선수들이 감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줘서 기쁘다. 코치들이 전력 분석을 잘해준 덕분에 감독으로서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코치들에게도 고맙다."며 팀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전 감독은 "오늘은 게임이 일찍 끝났지만, 4강에 올라가면 수비가 더 타이트할 수 있다. 그때는 좀 더 이타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4강은 정규리그 데이터를 토대로 준비하는데, 정규리그처럼은 안 할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DB와) 6번을 싸웠기 때문에 선수들도 어떻게 싸워야 할 지 알고 있을 것이다. 속공은 하던 대로 하고, 세트 부분에서 더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 경기(15일)까지 6일 정도 시간이 있다. 잘 준비하고, 원주로 넘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 감독은 “'지금은 슈퍼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엔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고 하겠다. 부르기 좋게 슈퍼 팀이라고 하지만, 함께 경기를 뛰어본 적도 많지 않다. 그래도 슈퍼 팀이란 소리는 듣기 좋다. 우리 선수들이 능력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응집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이번 시즌 내내 KCC를 둘러싼 ‘슈퍼 팀’이라는 키워드에는 이제 까지와 조금 다른 답변을 남겼다.
어쨌든 승리에 필요한 많은 부분들, 특히 심리적으로 가져야 할 위닝 키워드를 3경기 동안 수준높게 적용하며 예상 밖 스윕승을 일궈낸 KCC였다. 특히, 이타심과 절제 그리고 희생과 배려가 기반이 된 활동량은 그들이 단 3경기로 시리즈를 정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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