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북풍, 팽팽한 정책 이견…총선 이후 ‘K 외교’ 향방은

정지혜 2024. 4. 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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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0일 오전 6시 전국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이번 총선 결과가 한국 외교·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개선될 조짐 없는 냉랭한 남북 관계, 구멍 뚫린 대북 제재 감시망 속에 한반도 내 긴장감이 높아진 위기 국면을 돌파할 ‘한국형 외교’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서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반영하듯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명단 당선권에 다수 배치했다. 정부의 북핵외교를 담당했던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출신 인사를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말 현직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서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합류한 김건 전 본부장(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6번), 이명박 정부 당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던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2번)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 전 본부장은 30여년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북핵 협상 과장, 북핵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북한 협상 전문가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다. 36년간 외교관으로 일한 위 전 대사는 대표적인 북핵·북미·러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시절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설득하는 등 전략가형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세계일보가 정통 외교관 출신 대북 전문가인 이들에게 북핵외교를 비롯한 한국 외교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물은 결과는 흥미로웠다. <관련기사: 위성락 “韓, 북·중·러 외교 실종… 지금의 한반도 위기 불러” / 김건 “北 비핵화 실패 단정 일러…한미 공조 통한 압박 중요”>

한국 외교에 대한 두 전문가의 평가는 크게 달랐다. 외교·통일 정책에서 보이는 여야의 뚜렷한 입장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했듯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억지력을 밀고나가면 충분하다는 여권과 대화·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야권의 시각이 팽팽히 맞선다. 이번 선거에서 외교·안보 공약이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줬을지는 알 수 없지만, 선거 결과를 통해 유권자가 어느 쪽에 더 설득됐을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미국,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고 동맹을 강화한 것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성과다. 문제는 북·중·러와의 관계다. 정부가 ‘가치외교’에 매몰돼 이 세 나라와의 외교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극단으로 치달은 것은 외교적 관점에서 득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적으로 북·러발 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지만 국내 정치 최고 이벤트인 총선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진 인상은 없다. 화제가 된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셰셰’ 발언(“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하면 된다”) 정도였다. 

정책 공약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우선순위도 필요성에 비해 많이 밀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 선거 때 북한 관련 안보 불안을 활용하던 전략이 이제는 효용이 없다는 판단,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눈치보기식 비슷비슷한 공약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따른다.

통상 총선에서는 대외 정책보다 민생 공약 위주로 공략한다고 하지만, 복잡한 국제 정세 한가운데에서 난국을 헤쳐가야 하는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이번 총선 전후로는 북한의 도발이나 선거개입 등을 뜻하는 ‘북풍’이 비교적 잠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대가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아졌고,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탓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여론에 미칠 영향이 적어져 북한이 개입할 효용이 낮아진 것이다.

앞서 통일부는 입장문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하여 보도하고,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 발표가 오히려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국민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노동신문 등으로 여론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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