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간절한 출사표 “나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 “날씨가 도와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 내가 우승할 수 없는 상황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나는 매일 아프다. 발목은 더는 아프지 않지만, 등과 무릎 등 다른 곳에 통증이 있다. 오랫동안 걷고 두 발로 몸의 하중을 견디며 바닥을 딛고 서 있는 지구력이 중요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의 입에서는 여섯 번째 그린재킷을 향한 강한 집념이 느껴지는 발언과 위태로운 몸 상태를 조심스럽게 전하는 표현이 함께 섞여서 나왔다. 우즈의 여섯 번째 그린재킷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가능할까? 우승 가능성이 100대1에서 150대1까지 희미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극적인 드라마를 갈망하는 팬들 바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우즈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제88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나선다. 1995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처음 ‘꿈의 무대’에 섰던 우즈는 올해 26번째로 마스터스에 참가한다. 지난해까지 23차례 컷을 통과해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최다 컷 통과 기록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우즈가 올해 3라운드에 진출하면 24회 컷 통과 신기록을 세운다. 또 2019년 이후 5년 만에 그린재킷을 입으면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마스터스 최다승(6승)과 동률을 이루고 PGA 투어 통산 83승으로 최다승 신기록을 작성한다. 우즈는 메이저 15승 포함 PGA투어 82승을 거두고 있다. 메이저 최다승은 니클라우스(18승)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우즈는 악천후로 마스터스 경기 운영이 계속 차질을 빚는 가운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 경기 속개를 앞두고 기권했다. 우즈는 전날 3라운드 7번 홀까지 경기를 마쳤으나 족저근막염 악화로 기권했다. 당시 우즈는 “실망스럽게 생각하고, 팬들과 마스터스가 보내준 사랑과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했었다. 우즈는 4월 발목 수술을 받고 꾸준한 재활 끝에 지난해 12월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통해 72홀을 완주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우즈는 9일 마스터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진지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임했다.
우즈는 “마스터스는 내 인생과 가족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이고, 내 친구들과 젊은 스타, 내가 평생 존경해온 분들을 만날 기회”라고 말했다. 우즈는 1995년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서 처음 매그놀리아 레인을 따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들어섰던 기억을 전했다. 우즈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까마귀 둥지(Crow’s nest)’에서 가슴 벅찬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시 명예 시타자였던 ‘전설’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 진 사라센이 대회 개막 기념 티샷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즈는 2년 뒤인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우즈는 “우승 이듬해 세 명의 전설이 챔피언스 디너에서 내가 준비한 밀크셰이크를 마시는 모습을 본 기억은 지금도 특별하다”며 “프로로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하고 나서 아버지와 포옹했고, 2019년에는 아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우즈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우승을 하나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코스에서 어떻게 경기할지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스터스에서 50~60대 선수들이 컷을 통과하고 40대 후반의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스터스 컷 통과 기록은 꾸준함과 롱런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우즈는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2라운드 도중 독감 증세로 기권했고, 마스터스는 7주 만에 돌아온 투어 무대다.
우즈는 “그때는 내 몸과 경기력이 모두 경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7월까지 매달 주요 챔피언십이 있는 만큼,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반드시 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 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우즈가 마지막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2019년 당시의 대회 전 루틴과 같게 올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즈는 출전 선수들이 코스를 이용할 수 있는 7일 오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풀고 4개의 클럽을 들고 그린 주변 플레이를 점검했다. 그리고 첫 번째 공식연습일인 일에는 8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연습라운드에 나서 윌 잴러토리스(미국)와 후반 9홀을 돌았다. 그리고 이날은 절친인 베테랑 프레드 커플스(미국), 저스틴 토머스(미국) 전반 9홀 연습라운드를 가졌다. 커플스는 “9홀에 불과했지만, 오늘 우즈는 샷을 잘못 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우즈는 대회 이틀째와 사흘째 계속된 비와 추운 날씨에 무너졌다. 올해도 1라운드가 시작되는 11일 오거스타 지역에는 뇌우와 비가 예고돼 있다. 2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여전히 다리가 온전치 않은 그로서는 치명적인 악조건을 안고 경기하게 됐다. 우즈는 “목요일에 날씨가 도와주면 좋겠다. 적어도 날씨는 따뜻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호주), PGA투어 6승의 맥스 호마(미국)와 12일 오전 2시24분(현지 시각 11일 오후 1시24분)에 마스터스 1라운드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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