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대신 달콤한 당선을’…노랫말로 보는 후보들 속마음
4·10 총선 선거 운동 기간에 후보자들이 사랑한 노래는 가수 비비의 ‘밤양갱’인 듯하다.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부산 북갑),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남구), 강훈식 민주당 후보(충남 아산을)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노래를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 총선 본투표가 진행 중인 10일 전국의 후보자들은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이란 노랫말을 “내가 바라는 건 하나야, 달콤한 ‘당선’”이라고 바꿔 속으로 되뇌며 선거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유권자들이 바라는 건 ‘국민을 위한 정치’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국 곳곳에서 격전이 벌어졌던 이번 총선 주요 관심 지역구를 노랫말과 연관 지어 살펴봤다.
①‘명룡대전’, ‘분당결투’…“위 아 더 퓨처”
이번 총선을 통해 3년 뒤 치러질 2027년 대선 구도도 조심스레 가늠해 볼 수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각 당의 대선주자급 후보들의 정치적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선거에서 승리해 1세대 K팝 그룹 HOT처럼 “We are the future”(위 아 더 퓨쳐·우리가 미래다)를 외치고 싶을 것이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지역구는 ‘명룡대전’으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 인천 계양을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경인일보가 여론조사 공표기간 금지 전인 2~3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무선 ARS)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49.2%로 오차범위 내에서 원희룡 후보(44.0%)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면 야권 차기 대선 주자를 굳히게 되지만 패배 시 정치적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원희룡 후보는 승리 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를 꺾었다는 상징성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맞붙는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도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까지 이광재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 몸 담고 있던 당을 떠나 ‘광야’로 나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경기 화성을),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광주 광산을)의 성공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준석 후보는 3자 구도인 화성을에서 선거 초반 공영운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졌지만, 9일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화성을의 지지도 격차가 “딱 붙었다”고 주장했다.
②한강벨트, 낙동강 벨트…“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4·10 총선의 열쇳말 중의 하나는 ‘벨트’다. 여야 모두 서울 한강벨트(11석), 경기 남부 반도체벨트(16석), 부산·경남 낙동강벨트(10석), 충청 중원벨트(13석) 등 이른바 ‘4대 벨트’를 승부처로 꼽고 있다. 중도·무당층이 많아 여야가 사활을 걸고 접전을 벌여왔다. 특히 강을 두고 펼쳐지는 한강·낙동강 벨트가 주목을 받는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강벨트는 11곳 중 8곳(마포갑, 중·성동을, 광진갑, 광진을, 용산, 영등포갑, 영등포을, 동작을)이 오차범위 이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진갑의 경우 ‘여론조사 공정’과 데일리안이 1일 진행한 조사(유·무선 ARS) 결과를 보면 이정헌 민주당 후보는 45.5%,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는 45.0%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낙동강 벨트는 선거 막판까지 혼전이다. 민주당은 ‘낙동강 벨트’를 포함한 부산·경남에서 지난 총선에선 6석(부산 3석, 경남 3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부산에서 북갑, 사하갑, 수영, 해운대갑 등 8곳, 경남에서 김해갑, 김해을, 양산을 등 5곳을 우세권으로 본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남 양산을, 부산 북갑, 사상 등 낙동강벨트에서 여당 후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선거 막판 박빙 우세로 전환됐다고 본다.
여야는 가수 강산에 노래같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 후보들이 한강·낙동강 벨트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③대통령의 사람들…“네가 필요해”
‘여의도 정치’를 하지 않고 단번에 대통령에 당선돼 여당 내 기반이 약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신과 가까운 후보들의 총선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사랑 노래에 단골로 들어가는 노랫말인 “네가 필요해”를 외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특히 검찰 시절 ‘윤석열 사단’에서 대통령실 참모를 거친 뒤 총선에 도전하는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과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경기 용인갑)이 눈길을 끈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홍순헌 민주당 후보에게 우위를 보이던 주진우 후보는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하락 추세였다. 한국리서치와 부산 한국방송(KBS)이 지난달 21~24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무선전화면접)를 보면, 홍순헌 후보가 43%로 39%의 주진우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모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선거 초반에는 경찰 출신 이상식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졌으나 선거 막판 추격하는 추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시비에스(CBS)가 2~3일 진행한 여론조사(무선ARS) 결과를 보면, 이원모 후보는 39.9%로 41.5%의 이상식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④최연소, 최고령 후보는…“내 나이가 어때서”
국회의원을 잘 하는데 나이는 중요치 않다. 이번 총선에도 가수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며 도전한 후보들이 있다.
최고령 후보는 경북 경주에 출마한 85살 무소속 김일윤 후보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선 81살의 박지원 민주당 후보와 79살의 곽봉근 국민의힘 후보가 ‘경륜 대결’을 펼친다.
최연소 후보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28살 우서영 민주당 후보다. 전남 여수을의 여찬 진보당 후보도 28살이지만 우서영 후보보다 생일이 6개월가량 빨라 최연소 출마 타이틀을 양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집계한 지역구 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총 699명의 후보 중 남성은 600명으로 전체의 86%였고 여성은 99명(14%)에 그쳤다. 후보자 평균 연령은 56.8살로, 4년 전인 21대 총선 후보 평균 연령인 54.8살보다 2살 늘었다. 20살 이상 30살 미만 지역구 후보는 4명에 그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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