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도 예외 없다" 애리조나 낙태금지법 부활, 바이든의 실버라이닝?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핵심 경합주로 분류되는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160년 전 제정된 '낙태 금지법'을 부활시켰다. 산모의 생명이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결정으로, 낙태권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미 대법원 판결 직후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낙태 금지법'을 주도한 공화당을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이날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과거 주법 '낙태 금지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1973년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효력이 중단된 이 법이 재시행되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에 대한 낙태도 법으로 금지되고, 낙태 시술을 하는 의사 또는 이를 돕는 사람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추가적인 법적 주장을 듣고자 낙태 금지 시행까지 2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하지만 WSJ은 "낙태 권리 지지자들이 낙태 금지법 시행을 막을 수 있는 선택권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찬성 의견을 낸 존 로페즈 판사는 "지금까지 우리 입법부는 선택적 낙태에 대한 권리를 긍정적으로 만들거나 독자적으로 승인한 적이 없다"며 이미 2022년 애리조나주 의원들이 연방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낙태를 제한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애리조나주가 '낙태 금지법' 효력을 중단했던게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리조나는 160년 전인 1864년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낙태 금지법'을 시행했었다. 이후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하면서 애리조나 '낙태 금지법'의 효력은 정지됐다. 그러다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애리조나주 '낙태 금지법' 부활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만큼 이를 근거로 중단됐던 낙태 금지법의 효력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공화당 소속의 전직 법무부 장관은 애리조나주 대법원에 '낙태 금지법 부활' 소송을 제기했다.
외신은 '경합주'인 애리조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낙태권 문제'가 11월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재부상,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각 주의 낙태권 문제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로 애리조나주 정부는 대선(결과)을 결정하고 상원을 통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문제를 이용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고 짚었다. WSJ은 "낙태 이슈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길 몇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미국 선거 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애리조나 지지율(주요 여론조사 평균치)은 44.5%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49%)보다 4.5%포인트 밀리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일주일 전(5.2%)보다 0.7%포인트가 줄어드는 등 박빙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애리조나주 '낙태 금지법' 부활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공화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애리조나주 법무부 장관인 민주당 소속 크리스 메이예스는 "이번 판결은 비양심적이고 자유에 대한 모욕이다. (낙태에 대한) 어떤 금지 조치도 시행하지 않겠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기를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수백만 명의 애리조나 주민들은 곧 극단적이고 위험한 낙태 금지령 아래 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애리조나의 '낙태 금지법'을 "여성이 투표권을 확보하기도 전에 제정된 '잔인한 법"이라고 표현하며 낙태 금지법 부활은 "여성의 자유를 빼앗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화당 선출직 공무원들의 극단적 노력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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