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정상회담 열리는 날, 習·馬 9년 만에 회동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前) 대만 총통이 10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대만 연합보가 10일 보도했다. 시진핑과 마잉주의 이번 회동은 같은 날 미국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전날 마잉주 방중 동행 취재단은 10일 오전 두 차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오후 2시45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문에 집결하라는 중국 측 통보를 받았다. 중국 측은 구체적인 취재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강도 높은 사전 준비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시진핑과 마잉주의 회동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8일 홍콩·대만 매체들은 마잉주가 10일 시진핑과 만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이 된다. 시진핑은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당시 총통이었던 마잉주를 만나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1949년 국·공(국민당·공산당) 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총통이 만남을 가진 것은 아직까지 2015년 시마회(習馬會·시진핑과 마잉주의 회담)가 유일하다.
대만 언론들은 시진핑이 지난해 3월 집권 3기 시작 이후 처음으로 대만 측 인사를 만나는 점에 주목했다.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다음 달 20일 취임을 앞두고 있고, 미국이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만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대(對)대만 메시지를 직접 전할 전망이다. 회동에서는 ‘92공식(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다른 명칭을 쓰기로 한 합의)’과 ‘하나의 중국’ 원칙이 재확인되고, 양안 평화 통일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동 일정이 10일로 정해진 것 또한 미·일 정상회담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만 자유시보는 8일에 양자 회동이 성사될 예정이었지만,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이날로 일정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의 정상회담 계기에 양국의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할 조치를 논의한다고 예고했다. 양국이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11일에는 워싱턴DC에서 처음으로 미·일·필리핀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세 정상은 해상 협력 등을 집중 논의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막겠다는 뜻이다.
대만 반중 진영에서는 중국이 민진당 현 정권과 라이칭더를 패싱하기 위해 퇴임 지도자인 마잉주를 띄워준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 정부와의 직접 소통을 거부하면서 대만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대만 연합보는 “양안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마잉주 같은 이가 아니면 누가 본토에 목소리를 내겠느냐”면서 “현재로서는 마잉주가 (현 총통인) 차이잉원보다 훨씬 쓸모 있다. 최소한 시진핑에게 양안 평화 추구 메시지는 효과적으로 전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오는 11일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인 마잉주는 지난 1일부터 중국에 머물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쑹타오 주임을 만나 92공식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고, 양안 결속을 강조하는 행사인 ‘황제(黃帝) 제사’에도 참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